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의 112조원 '유령주식' 거래 사태와 관련해 오는 10일까지 현장 특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즉시 시정 조치한다.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사건 관련자와 삼성증권에 대해 법규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금감원은 주식 배당 입력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시중 증권사가 더 있다고 알렸다. 다른 증권사에서도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 "일부 직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삼성증권 자체 문제'"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은 9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입력 사고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 2018명에 대해 현금배당 28억1000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전산 입력 실수로 삼성증권 주식 28억1000만주을 입고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때 삼성증권의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은 501만2000주를 매도했다. 당일 삼성증권 창구에선 571만주가 매도됐다. 16명의 직원이 시장에서 정상 거래된 물량만큼 내다 팔면서 주가가 전일 종가보다 약 12% 급락하는 사태가 빚었다.
삼성증권의 발행주식(8930만주)과 발행한도(1억2000만주)의 20배가 넘는 28억주가 입고됐지만 최소한의 경고 장치 없이 거래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일부 직원의 문제이라기보다는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승연 부원장은 "주식배당 입력 오류 발생시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며 "관리자가 이를 확인하고 정정하는 절차 또는 감시기능도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일반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 실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이 착오 입력에 의해 입고될 수 있는 시스템상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발행회사로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 시스템상 오류 발생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거래시스템상 한계도 문제 삼았다. 발행 주식수를 초과하는 수량의 주식물량이 입고되도 시스템상 오류가 확인되지 않고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진 문제도 짚었다.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체결까지 이뤄지는 등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다고 금감원 측은 강조했다.
◆ "삼성증권 사과 미흡…'유감'"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투자자 피해 보상이 신속하고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조속히 마련하고, 자체적으로 피해신고 접수 및 처리를 담당하는 전담반을 구성·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오전에는 김도인 부원장보가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를 면담하고 이번 사고에 대한 수습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전날 발표한 사과문에 대한 금감원 측의 임장도 전달했다. 이때 금감원은 회사 측의 책임 인식이 미흡한 것에 대한 유감의 표현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부원장은 "삼성증권은 사과문을 통해 도덕적 문제가 발생한 직원에 대한 엄중 문책, 철저한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회사 자체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며 "삼성증권 자체의 사과가 없어 유감이라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매도주식 결제가 이뤄지는 10일까지는 삼성증권에 직원을 파견해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 즉시 시정 조치에 들어간다. 특히 투자자 피해 구제방안의 신속한 마련 및 결제불이행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11~19일에는 삼성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다. 이번 사고의 발생원인을 규명하고 사고 수습과정 등 후속 조치의 적정성을 점검한다. 관련 전산시스템 및 내부통제 체계의 운영 실태와 투자자 피해 보상 대책 마련 실태도 살펴볼 예정이다. 위법사항이 확인된 경우 관련자 및 삼성증권에 대해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 "증권사 4곳도 같은 문제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배당 시스템을 점검하던 중 삼성증권과 동일한 문제를 지닌 증권사들을 추가로 발견했다. 현재까지 4곳의 증권사에서 삼성증권과 동일한 우리사주 조합원 현금배당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측은 삼성증권과 같은 삼성증권과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고예방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원 부원장은 "4월 중 배당을 예정하고 있는 상장 증권회사에 대하여 배당처리시 내부통제를 철저하게 하는 등 사고예방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증권 검사 이후 전체 증권회사와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을 점검할 것"이라며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제도개선 등 구체적인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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