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고 하루 지나 알았다…주문차단까지는 37분 걸려"

입력 2018-04-09 11:49  


삼성증권의 주식배당 입력 오류가 사고 발생 전날에 이뤄졌음에도 내부에서는 아무도 이를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배당 착오 오류를 인지하고 주문을 차단하는 데까지도 37분이 걸려 위기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 배당 담당직원이 지난 5일 주식배당을 잘못 입력한 뒤 최종 결재자인 팀장이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승인했고 다음날인 6일 오전까지도 오류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의 실수에 결국 무려 28억주가 넘는 주식이 다음날 오전 9시30분 직원들의 계좌에 잘못 입고된 것이다. 삼성증권의 발행주식(8930만주)과 발행한도(1억2000만주)의 20배가 넘는 규모다.

삼성증권이 자체적으로 입력 오류를 인지한 시각은 1분 뒤인 오전 9시31분이었다. 하지만 실제 잘못된 주문을 차단한 시간은 오전 10시8분. 사고 사실을 알고도 이를 차단하는데 까지 37분이나 소요됐다.

이 시간 동안 현금 대신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이 501만2000주를 팔면서 당일 삼성증권 창구에선 571만주가 매도됐다. 16명의 직원이 시장에서 정상 거래된 물량만큼 내다 팔면서 주가가 전일 종가보다 약 12% 급락하는 사태가 빚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삼성증권의 금번 사고는 일부 직원의 문제이라기보다는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배당 입력 오류 발생시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았으며, 관리자가 이를 확인하고 정정하는 절차 또는 감시기능도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후 삼성증권은 오전 10시14분에는 착오 주식의 입고를 취소하고 배당금 입금으로 정정조치를 취했다. 일부 직원의 주식 매도에 대한 결제 이행에 대비해 기관투자자에게서 주식 약 241만 주를 차입했고 낮 12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 사이에 약 260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주식을 내다 판 직원 16명에 대해서는 대기 발령 조치했다. 앞으로 감사를 통해 직원들에 대한 문책을 결정할 계획이다.

금감원 측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체결까지 이루어지는 등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문제 노출됐다"며 "이번 사고는 투자자 피해를 유발함과 동시에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심각히 저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원 부원장은 "직원들의 실수뿐만 아니라 삼성증권 회사 자체의 책임 통감이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원은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을 대상으로 철저하고 엄중한 원인규명과 조치를 할 예정이며,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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