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업 망신주기용 일자리상황판

입력 2018-04-09 17:37  

조미현 정치부 기자 mwise@hankyung.com


[ 조미현 기자 ] ‘증가 15곳, 감소 15곳.’

청와대 홈페이지 일자리 상황판에 9일 올라온 30대 기업의 지난해 ‘고용 성적표’다. 청와대는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매출 상위 30대 기업의 취업자 수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 올라온 지표는 금융감독원 기업공시를 근거로 한 최신 자료다.

고용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포스코대우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88.1%(879명) 늘어난 1877명이었다. 지난해 철강 판매 계열사인 포스코P&S와 합병하면서 고용 인원이 대거 늘었다. LG화학도 12.5% 증가한 1865명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8.1%·121명), 삼성전자(7.1%·6584명)도 고용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고용이 급감한 기업은 현대중공업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28.5%(6573명) 감소한 1만6504명을 기록했다. 다음은 SK네트웍스로 26.8% 줄어든 813명으로 조사됐다. 국민은행(-11.4%·2343명)과 삼성물산(-8.1%·830명)이 뒤를 이었다.

포스코대우를 제외하면 청와대는 지난해 4분기 기준 고용증감률을 기준으로 기업의 순위를 매겼다. 고용 상황판에 이름이 오른 기업들 사이에서는 청와대가 고용 ‘우등생’과 ‘열등생’을 나눠 줄을 세운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개별 기업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으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SK네트웍스는 패션 등 적자 사업 부문을 정리하면서 고용이 줄었다. 경제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을 망신을 주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고용 우등생’으로 분류된 기업들은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용은 성장의 결과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일자리 상황판을 공개하면서 “일자리 창출은 성과와 실적이 중요하다”며 “속도전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기업을 다그치고 압박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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