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방송법 전부 올려 논의하자"
野 "민주당 개정안 통과시켜야"
입장 바뀐 여야, 양보없는 대결
노회찬 "국회 무능력의 극치
국회 해산까지도 검토해야"
[ 김형호 기자 ]
4월 임시국회 정상화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이 9일 예정된 이낙연 국무총리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까지 무산시켰다. 10일 시작되는 대정부질의가 이뤄질지도 불확실하다. 정치권 내부에서조차 “이럴 거면 국회를 해산하고 차라리 새로 뽑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동철 바른미래당, 노회찬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등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이날 조찬 회동에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례 회동을 하고 4월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로 인해 이날 오후 예정된 이 총리의 일자리 추경안 시정연설도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 2일 시작된 임시국회가 벌써 1주일째 공전을 거듭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헌법 개정안보다 방송법 개정안이 의사일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회에 올라온 각 당의 방송법 개정안을 전부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 등 야당은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우 원내대표는 “방송법에 대해 우리가 다 내려놓고 공정한 논의에 들어가자고 했는데 김성태 원내대표는 관심이 없고 김동철 원내대표는 하루 만에 안을 가져오라고 한다”고 열을 올렸다. 이어 “홍문종 한국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막으려는) ‘방탄’을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야 간 의사일정에 집권당의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오늘 중으로 야권이 수용 가능한 방송의 중립성·공정성 확보 방안을 가져오라’고 제안했다”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회 정상화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박홍근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현재 여당 몫 3명, 야당 몫 2명인 공영방송 사장 선임 이사회 구성을 여당 7명, 야당 6명으로 하고 3분의 2인 9명의 찬성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 마련한 이 법안을 한국당은 여당 시절 결사반대했는데 여야 교체 후 서로 180도 태도를 바꿔 법안을 처리하자는 것은 문제”라며 “다른 의원이 발의한 여러 개정안과 함께 수정 보완해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여야의 극심한 대치 정국이 이어지자 ‘국회 해산론’까지 나왔다. 노 원내대표는 “국회가 무능력 상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어 국회의원 소환제가 있다면 293명이 전원 소환당했을 것”이라며 “국회가 계속 공전하면 국회 해산도 검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회의 의사일정 협의가 1주일째 지연되면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결정하는 최저임금법 등 경제·민생 법안 논의도 줄줄이 무산됐다.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는 원내대표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6월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하기 때문에 전반기 마지막 임시국회인 4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돼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 파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야당으로서는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할 수 있는 대정부질의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1~2일 안에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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