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경 기자 ] “연극은 ‘묵은지’ 같아요. 처음에는 서로 낯설어 하던 배우들이 오랜 시간 함께하며 점차 가족이 돼 가잖아요.”
10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장영남(45·사진)은 자신의 ‘연극론’을 소개하며 연신 미소를 띠었다. “오랜만에 연극을 하게 돼 기쁘고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에 서게 돼 더욱 설렌다”고 했다.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온 기쁨이 시종일관 배어났다.
장영남은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면서 지치기도 하고, 예전의 힘으로 나를 다잡으려 해도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이번 연극 ‘엘렉트라’가 연기 인생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 공연은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고연옥 작가가 소포클레스의 그리스 비극 ‘엘렉트라’를 각색했다.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집요하게 포착해내는 국내 연극계의 거장 한태숙이 연출을 맡았다.
장영남은 1995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데뷔했다. ‘너무 놀라지 마라’ ‘웰컴투 동막골’ 등 다양한 무대에 오르며 명성을 얻었다. 2004년부터는 ‘아는 여자’ ‘국제시장’과 최근 ‘바람 바람 바람’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화와 ‘역도요정 김복주’ ‘왕은 사랑한다’ 등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연극은 2011년 ‘산불’이 마지막이었다. “매년 연극 한 편씩 하려고 했는데 결혼에 영화, 방송 출연도 많아지면서 연극을 병행하기 어려워졌어요. 7년 만에 돌아온 만큼 스케줄을 거의 빼고 연극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어요.”
원작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와 어머니의 정부를 살해하는 엘렉트라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번 공연에선 정부군에 대항하는 게릴라 여전사의 모습으로 각색돼 나온다. 아버지를 죽게 한 어머니를 인질로 붙잡아 벙커에 가두면서 극은 시작된다. 사적인 복수에서 출발한 행동이지만 그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게 된다. “겉은 게릴라 여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엘렉트라는 강하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큰 고통을 당해서 분노로 똘똘 뭉쳐 있는 동시에 늘 불안하고 죄의식도 갖고 있죠. 엘렉트라의 내적인 혼란과 감정선을 충실히 따라가려 해요.”
강렬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름난 배우 서이숙과 예수정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서이숙은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 역을 맡았다. 예수정이 엘렉트라를 돕는 게릴라 중 한 명으로 출연한다. “서이숙 선배와는 몸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온전히 말과 자신만의 에너지로 맞서는데, 정말 어렵더라고요. 더 열심히 연습해 훌륭한 선배님들과 좋은 무대로 보답하겠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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