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걷는 영남권 터줏대감
작년 영업손실 21억
지역사회 신뢰·협력에도 온라인 쇼핑·규제에 발목
대형마트 시대 저무는 신호탄?
빅3 매출 3년 연속 역성장
편의점·온라인몰과 대비
"차별화된 서비스만이 살 길"
[ 이태호 기자 ]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와의 경쟁 속에서도 영남권 터줏대감으로 자존심을 지켜온 메가마트가 설립 42년 만에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온라인과 편의점 구매가 늘어난 데다 정부 규제까지 겹치면서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지난 20여 년간 계속된 ‘대형마트 전성기’가 막을 내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산 등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12개 할인점을 운영하는 메가마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5405억원에 2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975년 부산 소재 유통업체 동양체인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첫 적자다. 2016년 매출은 5790억원, 영업이익은 89억원이었다. 메가마트의 최대주주는 지분 56%를 보유한 신춘호 농심 회장의 3남 신동익 부회장이다.
메가마트의 전신인 동양체인은 1981년 농심가로 사명을 바꾸고 슈퍼마켓 사업에 나섰다. 새로운 유통 트렌드를 배우기 위해 일본에 연수단을 파견하는 등 당시로서는 신선한 시도를 많이 했다. 농심가는 1995년 부산 동래에 ‘메가마켓’(메가마트 1호점)을 내고 대형마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3년 문을 연 이마트 창동점에 이은 국내 두 번째 대형마트였다. 농심가는 2002년 사명을 지금의 메가마트로 바꾸고 대형마트 업체로 변신했다.
2000년대 중반 대형마트 시장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 공룡들의 격전장이었다. 이런 속에서 메가마트는 자본 등 모든 측면에서 열세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랜 기간 지역 사회와 쌓아온 신뢰와 협력이 비결이었다.
특히 영남 지역 농가들이 납품하는 신선식품 경쟁력은 압도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 배워 온 선진 물류와 보관 기술도 돋보였다. 2006년 글로벌 대형마트인 한국까르푸와 월마트가 차례로 한국 철수를 발표하는 와중에도 메가마트가 굳건했던 이유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가 메가마트를 흔들었다. 인구구조 변화와 정보기술(IT)의 발전이었다. 1인 가구 증가는 근거리 소량 구매로 소비 패턴을 바꿨고, IT는 온라인 쇼핑 시장을 성장시켰다.
정부 규제도 직격탄이 됐다. 2012년부터 대형마트에 월 2회 휴업을 강제하고 야간영업을 금지한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표적이다. 같은 해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인상도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메가마트의 신규 출점은 2012년 김해점이 마지막이었다. 매출도 2013년 6166억원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14년부터 울산 복합쇼핑몰(신선도원몰)과 의류사업(t.view 등) 등에 1400억원가량을 투자했지만 수익성을 개선시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메가마트의 적자를 대형마트 전성기가 저무는 징조로 해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전년에 비해 0.1% 감소했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하락했다. 반면 지난해 편의점 3사(CU, GS25, 세븐일레븐) 매출은 10.9%, 온라인 쇼핑몰 4사(이베이코리아,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매출은 8.6% 성장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춘 메가마트도 큰 소비 흐름 변화를 거스르긴 어렵다”며 “엔터테인먼트와의 결합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마트만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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