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정철 기자 ] 2015년 10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몸담고 있던 ‘더미래연구소’는 ‘2017 집권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의 소장이었던 김 원장은 한 토론회에 나와 “민주정치 세력은 국정운영 과정에서 보수정치 세력과 달리 더 엄격한 도덕성의 잣대가 적용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미래연구소 홈페이지가 지난 9일 트래픽 초과로 다운됐다. ‘새정치’를 말한 김 원장의 표리부동한 태도 때문이었다. 2015년 당시 연구소장이자 현역의원이었던 김 원장은 9급 비서를 데리고 5월25일부터 9박10일간 워싱턴, 브뤼셀, 로마, 제네바 등을 다녀왔다. 이전에는 피감기관인 우리은행의 지원을 받아 중국 충칭 출장도 다녀왔다.
김 원장은 “현지점검이라는 출장 목적상 보좌진 1인이 동행키로 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회 관계자는 “국외 출장을 가는데 여자 인턴 비서만 수행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고 평했다. 김 원장에 대한 특혜의혹이 일자 당시 출장에 동행한 여비서가 누구인지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연구소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김 원장이 민주세력의 ‘더 높은 도덕성’을 말하는 동안 인턴으로 들어왔던 그의 비서는 1년 만에 7급으로 승진했다. 최근까지 그가 재적했던 더미래연구소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더미래연구소 출신인 김 원장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반응도 개운치 않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사태가 불거지자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수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박홍근 의원도 “인턴 출신이 능력을 인정받아 7급도 되고, 승진하면 비서관과 보좌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김 원장을 거들었다. 두 사람은 모두 공교롭게 연구소에 몸담고 있다. 김 원장의 인사검증을 맡았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더미래연구소 출신이다. 은수미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도 마찬가지다. 김 원장을 감싸는 청와대·여당 인사 모두 더미래연구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이들은 김 원장을 놓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김 원장을 감싸는 동안 청와대·여당과 국민의 간극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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