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창업 '원스톱 지원'… 산업계 조언 반영한 커리큘럼

입력 2018-04-10 18:33   수정 2018-04-11 07:06

"낙엽장 같은 논문보다 산업현장 연계가 청년실업 해법"

'산학협력' 팔 걷어붙인 대학들

예비창업가 키우는 서울대
창업가정신센터서 멘토링
기술지주회사 통해 사업화

한양대는 '학과 수업 혁신'
창업프로젝트, 학점 인정
캠퍼스에 '스타트업 랩'도



[ 구은서 기자 ]
‘재난 수준의 청년실업.’ 정부는 지난 3일 4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현 상황을 이같이 표현했다.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9.9%로, 통계청이 실업자 집계 방식을 바꾼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두고 하는 얘기였다. 그나마 새로 생긴 일자리의 대부분은 50대 이상 장년층 차지였다. 청년실업 문제가 임계치를 넘었다는 위기감이 감돌면서 서울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은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창업 ‘원스톱’ 지원… 창업을 학점 인정

서울대는 실험실창업을 확산시키기 위해 ‘원스톱 캠퍼스 창업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실험실창업은 대학에서 보유한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창업을 의미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푸드트럭 등 청년창업 대부분이 대학과는 거리가 있다”며 “서울대의 강점을 살려 실험실에서 잠자고 있는 특허가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2016년 캠퍼스 안에 창업가정신센터를 세우고 20여 개 팀의 예비창업가를 육성 중이다. 창업가정신센터에서 기초단계의 멘토링 등을 제공하고 이 중에서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를 추려내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화한다는 구상이다.

2008년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한 한양대는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커리큘럼부터 변화를 줬다. 대학과 산업현장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지난해 모든 학과에 ‘산업연계 교육 자문위원회’를 도입했다. 학과당 7~10명의 업계 전문가 조언을 듣고 커리큘럼에 반영한다.

지난해 1학기부터는 국내 대학 최초로 창업 프로젝트를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프로젝트 학기제를 도입했다. 경영대 3층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무실을 본뜬 ‘비즈니스 랩’을 마련해놓고 한 학기 동안 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공간과 멘토링을 지원한다. 지난 학기 이 랩에서 탄생한 픽토세일은 미대 학생의 졸업작품 등 아마추어 작가의 미술품을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이다. 지난 학기의 픽토세일을 이어받아 이번 학기 사업을 맡은 이재기 씨(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4년)는 “이번 학기엔 중국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와 함께 중국 작가를 섭외하고 중국어 홈페이지도 열었다”며 “학부 때부터 해외 시장을 경험해볼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산학협력은 청년 일자리·해법”

전문가들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산학협력 생태계부터 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70%에 달해 잠재실업자, 취업희망자 대부분이 대학에 있다”며 “산학협력으로 학부 때부터 현장의 니즈를 배울 수 있어야 창업과 취업이 활성화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8년 대학원생 5명과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에스엔유프리시젼을 세운 ‘창업가 교수’다. 박 교수는 “책상 앞에 앉아 보고서만 쓰던 학생들에게 ‘창업해라’ ‘실무형 인재가 돼라’고 말해봤자 허황된 잔소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산업의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산학협력 강화는 시급한 과제다. 10년 전 세 곳에 불과하던 국내 대학의 기술지주회사는 올해 4월 기준 63곳으로 30배 넘게 늘었지만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대기술지주회사 매출은 2016년 기준 260억원으로 중국 베이징대의 5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이다.

논문 실적 위주로 대학과 교수의 성과를 평가하는 관행부터 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각종 대학평가에서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 수를 중시하면서 교수들이 기술상용화나 창업 생태계 강화보다는 논문 작성에 몰두하게 된 것”이라며 “창업과 특허를 ‘가욋일’로 제쳐놓는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낙엽장 같은 논문’만 양산하는 대학 분위기를 바꿔야 산업현장과 연구실 간 괴리를 좁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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