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신뢰 위기에 빠진 삼성증권 '질타'

입력 2018-04-10 19:14  

김기식 금감원장 거취 논란

증권사 사장단 긴급 소집…취임 후 첫 공식행보

"유령주식이 거래된 것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자자 신뢰 완전히 무너져"…삼성증권 중징계 조치 예고

오후엔 한국투자증권 방문…"시장 불신 수습하겠다"



[ 조진형/하수정 기자 ] ‘로비성 외유’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17개 증권사 사장들을 긴급 소집했다. 우리사주 배당 사고를 낸 삼성증권 사태를 계기로 각 증권사의 내부 통제 강화를 당부하겠다고 마련한 자리였다.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증권을 작심한 듯 질타했다. 삼성증권 사태를 ‘희대의 사건’으로 지칭하며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날 사장단 간담회는 김 원장의 첫 공식 행보였다.

김 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런 문제로 처음 만나게 돼서 유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발행주식의 30배가 넘게 발행된 ‘유령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된 것은 국민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본시장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투자자의 신뢰가 삼성증권 사태로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 맞은편에는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이 앉아 있었다.

◆“자본시장 신뢰가 무너졌다”

전날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이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입력 사고에 대한 대응’을 발표할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금감원은 삼성증권 직원이 배당 입력 때 ‘입금’ 버튼 대신 ‘입고’ 버튼을 잘못 누른 건 근본적으로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었기 때문이라며 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자들이 ‘유령 주식’이란 표현을 사용하자 금감원 간부는 “그런 표현은 쓰기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이날 거침이 없었다. 국민의 상식과 정서를 수차례 거론하며 증권사 전반의 문제를 들춰보겠다고 했다. 그는 간담회 직후 “이번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 문제뿐 아니라 시스템상의 문제들을 이용한 다른 형태의 문제, 혹은 내부자만이 아니고 외부자들에 의한 문제들이 개입할 수 있는 소지까지 검토하겠다”며 “삼성증권 검사가 끝나는 대로 증권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했고 (증권사들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에 대한 중징계도 예고했다. 그는 “개인의 실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전반적인 조사 결과에 따라 응분의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잘못된 주식이 발행된 다음에 무려 37분 동안 거래중지 조치 등을 하지 않고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여서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 건을 넘어선 공매도 논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공매도는 존재하는 주식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인데 이번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거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며 “공매도를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이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이날 오후엔 여의도 감독원 본원 옆에 있는 한국투자증권 본점을 방문해 주식거래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로비성 외유 적극 해명

지난 2일 취임 이후 정치권의 사퇴 압박에 ‘숨죽였던’ 김 원장이 삼성증권 사태를 계기로 광폭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도 김 원장과 관련한 각종 의혹 기사에 대해 적극 해명을 시작했다.

김 원장은 이날 외유성 출장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름대로 공적인 목적을 갖고 했고. 갔다온 뒤에 어떤 특혜도 없이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기에 공직자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겸허히 수용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원장의 ‘로비성 출장’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당국 수장의 ‘말발’이 제대로 먹히겠냐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한 증권회사 임원은 “금감원이 삼성증권 사태에 빠르게 대처했다면 각종 의혹도 현재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장 거취 문제도 계속 논란이 되는 상황이라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시장에선 김 원장이 사퇴할 것이라는 루머가 빠르게 퍼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원장과 관련한 ‘찌라시’는 사실이 아니다”며 “김 원장의 자진 사퇴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조진형/하수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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