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삼성물산 주식 매각… 순환출자 고리 7개 중 3개 끊었다

입력 2018-04-10 19:36   수정 2018-04-1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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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공정위 명령에 대응
404만株 블록딜…5599억 규모
이재용 부회장·계열사 매입 안해

남은 순환출자 고리 끊기 위해
삼성전기·화재 보유 물산 지분도
시간차 두고 매각 나설 듯



[ 좌동욱/이고운 기자 ]
삼성SDI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 주식 404만 주(2.1%)를 전량 시장에 내다팔았다. 기존 순환출자 기준을 바꿔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령에 따른 조치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중단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재개됐다는 의미도 있다. 정부가 금산분리, 순환출자 등 재벌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삼성이 추가로 내놓을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록딜로 지분 전량 매각

삼성SDI는 10일 장 마감 직후 삼성물산 주식 404만2758주를 시장의 주요 투자자에게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총 매각가격은 5599억원이다. 이날 삼성물산 종가 14만4000원 대비 3.8% 할인된 가격인 13만8500원으로 결정됐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가 주관사를 맡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와 삼성 계열사들은 주식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


이날 조치는 지난 2월 공정위가 내린 명령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2월 기존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번복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1%를 8월26일까지 매각하라고 통보했다. 공정위는 2015년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당시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했지만 정부가 바뀐 뒤 합병으로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며 기존 유권해석을 번복하면서 잔여 지분 매각을 명령했다.

이번 조치는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해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의미도 있다. 순환출자는 계열사 주식 소유 관계가 A→B→C→A 등으로 순환되는 구조다. 삼성 측은 올 들어 공정위에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에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편하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삼성 측은 삼성SDI뿐 아니라 삼성전기(2.61%)와 삼성화재(1.37%)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 3곳이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면 삼성그룹의 7개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해소된다. 삼성SDI의 이번 지분 매각으로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는 3개가 끊어져 4개만 남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분 매입 안해

삼성물산 주식을 이 부회장 등 대주주나 우호 주주에게 팔지 않은 점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 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지배회사다. 이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일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던 이유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게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 지분과 같은 소유 구조보다는 회사를 제대로 이끌어갈 비전이나 실적이 더 중요하다는 이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번 매각이 삼성물산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이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들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은 31.58%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등을 포함하면 33%를 넘어선다.

다만 시장에서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매각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록세일로 시장에 한 번에 내다팔 경우 주가 하락으로 소액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도 매각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매각 시기와 방식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좌동욱/이고운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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