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해보려 했더니"…'수장 리스크'에 먹구름 낀 금감원

입력 2018-04-11 14:11   수정 2018-04-11 15:08



김기식, 도덕성 훼손 불가피…금감원도 신뢰 타격

주요 금융사들에 이어 이번엔 금융감독원이 '수장 리스크'에 직면했다. 채용비리에 연루돼 취임 반 년 만에 낙마했던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바톤을 받은 김기식 금감원장이 '외유성 출장' 의혹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김 원장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불가피한 가운데 금감원이 추진중인 금융개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사진) 고발과 관련해 이날 중으로 수사 부서를 배당할 예정이다.

전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시민단체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은 사법적 처벌 대상이라며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 활동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를 다녀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2014년 3월 한국거래소가 비용을 부담해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다녀온 것을 시작으로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미국·유럽 출장, 같은달 우리은행 초청 중국·인도 출장 등을 다녀왔다.

여기에 출장길에 인턴 비서를 동행하고, 해당 비서가 출장 동행 이후 초고속 승진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를 낳고 있다. 해당 비서가 인턴에서 6개월만에 7급으로 진급하면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로비성 외유 및 특혜 승진 부분에 대해선 적극 반박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김 원장에 대해 "적법히 이뤄진 출장"이라며 해임 불가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황.

그러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확대되면서 김 원장의 도덕성 훼손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 원장은 우리은행의 중국·인도 출장에서 공적인 업무 외에 관광 일정이 있었다는 의혹과 KIEP의 미국·유럽 출장에서 로마 시내 관광을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한 금융권 고위 임원은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공공기관 직원의 로비출장을 강하게 비판해왔기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 던지는 충격이 더 크다"며 "선거를 앞둔 정치권, 검찰 수사로까지 번진 논란이 단기간 잠재워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김 원장에 대한 또다른 폭로를 내놓기도 했다. 19대 국회 임기 종료(2016년 5월 29일) 직전인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독일과 네덜란드, 스웨덴으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출장이라고 할 만한 일정은 산업은행 독일 프랑크푸르 사무실에서 정책금융기관 퇴직 임원과 만난 게 전부라는 것이다.

이에 한국당은 국회의원으로서 받아놓은 정치후원금을 소진하기 위한 외유성 출장이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김 원장이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원장이 기자들을 만난자리에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갖지는 않았다"며 "소통을 통해 직접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해명자료나 라디오 출연을 통해 일방적인 입장만 전달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해명자료'를 통해 관련 내용들을 부인하다 전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공식 해명한 바 있다. 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 원장은 "19대 국회까지는 (외유성 출장이)조금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부분들이 있다"며 "그러나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스스로 경계했어야 한다. 반성한다"고 했다.

김 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으면서 금감원도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앞서 금감원은 자체 채용비리가 불거지며 신뢰에 흠집이 났고,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돼 역대 최단기간인 6개월 만에 낙마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금감원이 추진중인 금융개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금감원장이 자신의 거취 문제부터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개혁 추진 동력을 잃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은행권을 강타했던 채용비리 문제는 우리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부산은행 등을 거쳐 신한은행까지 불똥이 튄 상태고 2금융권에 대한 채용비리 점검도 예정돼 있다. 최근에는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사고가 터지며 증권사 거래시스템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불신이 팽배해진 상황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면서 감독당국의 위상 확립과 금융소비자보호 문제, 금융권 검사 확대 등에 거는 기대가 컸다"며 "그러나 조직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개혁에 대한 속도가 더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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