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와 외환위기가 만든 '시대적 산물'… 적폐로 몰려 퇴출

입력 2018-04-11 18:11   수정 2018-04-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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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해소 '명암'

순환출자 30년 역사



[ 김익환 기자 ] 대기업의 순환출자는 정부가 1986년 30대 기업집단 계열사 간 상호출자 금지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계열사 A가 계열사 B 지분을 40% 초과 보유하면 B는 A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당시 만연한 상호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파생됐다.

순환출자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다. 정부가 ‘1999년 말까지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맞추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대기업들은 계열사 대상으로 유상증자에 나섰다. 1998년 5대 그룹 계열사 중 49개사가 유상증자를 했다. 자금력이 있는 기업들의 계열사 출자가 잇따르면서 순환출자 고리도 크게 늘었다.

부실기업 처리 과정에서 기업 인수합병과 분리 등이 많았던 것도 순환출자 고리가 증가한 요인이다. 기업 인수에 필요한 수조원의 재원을 계열사가 나눠 분담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기도 했다. 1998년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아자동차 인수, 2001년 두산그룹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순환출자는 정부 규제에서 비롯돼 외환위기를 넘는 과정에서 자리잡은 시대적 산물이다.

순환출자 규제는 박근혜 정부에서 한창 불었던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시작됐다. 2014년 7월부터 신규 순환출자가 전면 금지됐다. 순환출자가 불법은 아니지만 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지목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까지 청산 대상이 됐다.

대기업 순환출자는 연내 대부분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삼성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이 모두 올해 안에 남아 있는 고리들을 해소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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