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추천 20만 넘으면 답변
국회 국민제안은 답변 안올려
의원들 "현재 상황은 비정상"
청원 쏠림현상에 볼멘소리만
박재원 정치부 기자
[ 박재원 기자 ] “청와대로 달려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나요. 이러려면 국회는 왜 존재하고 정부 부처들은 무엇 때문에 필요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한 여당 의원은 이 같은 푸념을 털어놨다. ‘청와대 쏠림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작 국민을 대표해야 하는 국회가 청와대에 밀려 외면당하고 있다는 조바심도 느껴졌다.
국회와 청와대의 온도 차는 실제 극명하다. 하루에도 수백 건의 민원이 쏟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와 달리 국회를 찾는 국민의 발길은 현격히 줄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 오후 2시 기준) 국회 사이트를 통해 접수된 국민 제안은 70건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한 의사 표시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문을 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달에만 8450여 건의 글이 올라왔다.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70%대에 달하다 보니 청와대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의원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선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국회 등을 중심으로 국민과 소통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 상황은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회에 대한 무관심은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당장 4월 임시국회가 여야 간 정쟁으로 파행을 거듭하면서 국민의 눈초리는 따갑기만 하다. 국회와 청와대 간 소통 방식 차이도 국민을 청와대로 향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추천이 20만 건을 넘으면 담당 장관이나 수석비서관이 의무적으로 답변을 내도록 했다. 문 대통령도 “어떤 의견이든 참여 인원이 기준을 넘은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전 부처에서 성의 있게 답변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국회 국민 제안은 그러나 이 같은 조건이 없어 ‘소리 없는 메아리’와 같다는 게 이용자들의 불만이다. 20대 국회 들어 접수된 138건의 국민청원 중 청원심사소위원회를 거쳐 채택됐거나 폐기 결정이 내려진 경우는 17건에 불과하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가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 국회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온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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