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연임 후 첫 금통위 '금리 동결'…G2 무역전쟁·저물가 부담

입력 2018-04-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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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 후 처음으로 주재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4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중 무역 갈등 고조로 국내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고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금리 동결의 배경이 됐다. 또 저물가가 지속돼 내수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점도 동결 결정에 영향을 줬다.

한은 금통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다섯달 째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이번 금통위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금리가 역전된 후 처음 열린 통화정책회의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정책 금리를 연 1.50∼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따라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은 기준금리(연 1.50%)를 넘어섰다. 한·미 금리 역전은 10년7개월만이다.

이에 국내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한은은 금리를 동결한 후 사태를 좀 더 지켜볼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당장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 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은 매년 30조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한국의 연간 대중 수출액의 19.9%, 한국 전체 수출액의 4.9%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의 직접적인 통상 압박도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약 229억달러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계 주요 2개국(G2)의 통상 분쟁 이슈로 글로벌 경제 전반에 경기 와 관련한 불확실성 위험이 높아졌다"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하반기로 늦춰질 수 밖에 없다 "고 추정했다.

국내 물가 수준이 낮은 점도 한은의 고민거리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로 6분기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이 한은 정책 목표치(2%)에 미치지 못하는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한은이 금리를 손대긴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취약한 내수와 낮은 물가 흐름은 계속해서 금리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며 "특히 원화 강세에 의해 앞으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제한될 것으로 보여 물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 한·미 금리 역전에도 외국인의 자본유출이 당장 발생하지 않은 점도 금리 동결에 힘을 싣는 배경이 됐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11억3000만달러 유입됐다. 세부적으로 외국인 주식자금은 1억7000만달러, 채권자금은 9억6000만달러 유입됐다.

김유미 연구원은 "지난 2000년 중반 한·미 금리 역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인의 자금 흐름은 내외 금리차뿐만 아니라 대외 여건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가 양호하고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진다면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집계한 경기선행지수는 100을 웃돌며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수출 경기도 상승 탄력은 떨어지지만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를 놓고 보면 대외 여건이 양호함에 따라 외국인의 자본 유출이 급격하게 나타날 확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금리 결정과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함께 발표한다. 한은은 지난 1월 전망에서 올해 3% 성장률을 제시한 바 있다. 시장은 이같은 전망이 4월에도 유지될 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률 전망의 경우는 기존 수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총재는 여러 경로를 통해 1월 이후 성장 경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여건의 변화가 생겼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의 통상 압력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미리 반영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대부분의 하방 리스크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률이 하향될 여지는 다소 낮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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