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자신의 발언에 부메랑 맞은 김기식…청와대 '김기식 사퇴는 없다' 고수

입력 2018-04-12 11:01   수정 2018-04-12 11:11

청와대 '김기식 사퇴는 없다'…엿새째 "입장 불변"
정치권, 김기식 거취 놓고 대격돌…野 사퇴압박 vs 與 총력엄호
김기식 원장, 4년전 피감기관 지원 외유 비난 발언





청와대는 12일 외유성 출장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경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6일째 같은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 원장 거취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입장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 우호적인 정의당조차 야권의 김 원장 사퇴 압박 대열에 동참하려는 분위기에도 입장 변화가 없느냐는 추가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기식 원장 문제와 관련, “이런 상황이 정치판 안에서 계속 진흙탕 속으로 이 사건을 끌고 들어가는 이런 상황이 지속돼선 안 된다”며 “이제 결자해지의 시간이 오지 않았는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사실상 김 원장 경질을 촉구했다.

청와대는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수용하면서도 적법한 공적 목적의 출장이었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견지하고 있다.

김 원장에 대한 의혹이 최초로 제기된 시점은 지난 5일. 제19대 국회의원 시절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다녀온 해외출장과 인턴 고속승진 논란 등이 연이어 제기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김 원장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면서 임시국회가 공전을 하는 등 파국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지원으로 ‘로비성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건 적절하지 않고, 이러한 흠결을 안고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주장이 거세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청와대의 김기식 원장 지키기'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 감독 체제 개편에 김 원장이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자리잡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취임식에서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정책을 전담하는 기구는 금융위원회, 감독 기구는 금감원으로 금융위가 금감원의 상위 기구로 볼 수 있다. 김 원장이 취임 첫 날부터 두 기구는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 청와대 국정 방향에 힘을 실었다고 평가 받았다.

청와대가 '김기식 카드'를 포기할 수 없는 다른 배경은 야권 공세에 밀려 김 원장이 사퇴하거나 청와대가 경질할 경우 앞으로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정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원장은 피감기관 지원받아 간 외유에 대해 '관행이었다'라고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깐깐한 원칙주의자로 불려온 그의 행보를 보면 의아할 수 밖에 없다.



김 원장은 지난 2014년 10월에 국회 정무위에서 "명백하게 로비고 접대다.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기업과 그것을 심사하는 직원의 관계에서 이렇게 기업의 돈으로 출장 가서 자고 밥을 먹고 체제비를 지원받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얘기한 바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동안 '재벌의 저격수다, 저승사자다' 이런 별명도 얻게 된 김원장이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부메랑을 맞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 원장은 김영란법의 주역으로도 불린다.

김 원장은 2015년 2월 민주당 의원 시절 "김영란법 정무위 통과 원안에서 후퇴해서는 안 된다. 지난 1월 12일 정무위에서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관피아 문제와 접대 로비 문화 척결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따라 소위 김영란법이라 부르는 부정청탁금지법을 의결한 바 있다. 우리 선거법은 설렁탕 한 그릇만 먹어도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제재를 받는다. 이것이 시행 당시에는 충격적이였지만 깨끗한 선거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김영란법도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로비 접대 문화를 근절하고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난' 금융감독원장의 행보에 야권의 공세는 점점 강해질 것으로 보여 청와대와 김 원장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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