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것은 청원자 대부분이 정부가 보호하겠다는 중소·중견기업 생산직과 시급제 근로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강한 노조 교섭력을 바탕으로 임금·수당 인상 등을 통해 소득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기업 근로자들과 달리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처지다. 정부가 최근 추산한 전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감소액은 약 35만원이다. 하지만 연장근로와 특근 등에 소득의 30~40%를 기대어 온 중소·중견기업 근로자들의 타격은 이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이들을 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들도 근로자 못지않게 비상이 걸렸다. 주문량이 폭주할 때는 생산라인을 전부 가동해야 납기를 겨우 맞출 수 있는데, 획일적인 ‘근로시간 주 52시간’ 제한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게 돼서다. 아무리 명분이 좋은 정책이라도 노사 모두가 반대한다면 귀를 기울이고, 시행을 재고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상당수 선진국처럼 다양한 보완책을 둬 더 일하고 싶은 근로자에게 ‘더 일할 자유’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과 싱가포르는 근로자가 원하면 제한 없이 근무할 수 있다. 영국은 원칙적으로 연장 근로를 포함해 주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지만, 근로자가 서면으로 동의하면 주 16시간 추가 근로가 가능하다. 더 일하고 싶거나 개인 사정 때문에 더 일해야 하는 사람에게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노동자 복지’다. 우리 정부도 무엇이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하는 길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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