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희토류 패권

입력 2018-04-12 17:43  

고두현 논설위원


1787년 스웨덴 스톡홀름 부근의 한 마을 야산에서 낯선 광석이 발견됐다. 2년 후 핀란드 과학자가 이 광석에서 새로운 산화물인 이트륨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를 거듭한 과학자들은 1910년까지 모두 17개 원소를 발견했다.

희토류(稀土類)는 화학적 성질이 비슷한 이들 17개 원소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땅 속에 거의 없는 물질(rare earth elements)’이라는 영어를 ‘희귀한 흙(稀土)’이라는 일본어로 번역한 명칭을 한국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희토류는 초창기에 렌즈 연마용으로 쓰였다. 1980년대 일본이 이를 이용해 영구자석을 개발한 뒤 국제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후 반도체·스마트폰 등의 IT(정보기술)산업을 비롯해 카메라·컴퓨터 등 전자제품, LED(발광다이오드) 등 형광체, 광섬유산업에 쓰이면서 몸값이 뛰었다. 전기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희토류 원소는 1㎏에 이른다.

‘흙’에서 나와 ‘보석’이 된 희토류는 석유·천연가스에 이어 ‘자원 패권’의 주역이 됐다. 문제는 채굴·가공 과정에서 인체와 자연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이 때문에 1940~1950년대 주요 생산국이었던 인도와 브라질 남아공은 생산을 멈췄다. 미국도 환경 문제로 공장을 폐쇄했다.

이 틈을 비집고 급부상한 나라가 중국이다. 상대적으로 환경 기준이 느슨한 중국은 마구잡이 채굴에 나서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툭하면 ‘자원 무기’로 악용하기도 한다. 2010년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에서 일본과 충돌했을 때 ‘희토류 공급 중지’라는 카드로 일본을 압박했다.

곤욕을 치른 일본은 희토류 수입처를 다변화하면서 본격적인 탐사에 나섰다. 어제 일본은 본토에서 동쪽으로 1800㎞ 떨어진 미나미토리섬(南鳥島) 주변 해저에서 1600만t의 희토류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가 700여 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해저 희토류를 채굴·가공하는 신기술까지 개발했다고 한다.

중국 독점체제는 곧 무너질 전망이다. 희토류 가격도 떨어지게 됐다. 세계 희토류 매장량은 의외로 많다. 러시아(19%), 미국(13%), 호주(5%) 등 3개국 부존량만 합쳐도 중국(36%)을 넘어선다. 일본의 가세에 신기술 효과까지 더하면 시장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근본자원》을 쓴 미국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의 말처럼 진짜 자원은 천연자원이 아니라 과학기술로 생산 과정을 혁신하고 대체재까지 개발하는 인적 자원이다. 석기·청동기시대가 끝난 것은 제련·제철 기술 덕분이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우리에겐 희토류가 있다”(덩샤오핑)던 중국의 근시안적 패권 전략은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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