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꺼져가는 腦, 운동으로 되살린다

입력 2018-04-12 18:25   수정 2018-04-13 06:44

스스로 치유하는 뇌


[ 은정진 기자 ] ‘한번 망가진 뇌는 복구 불가능하다.’ 뇌에 대한 주류 과학의 시각이다.

뇌는 태아 때부터 유년시기까지 발달한 뒤 더 발달하지도, 재생되지도 않는 고정적인 기관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뇌졸중, 뇌출혈과 같은 외상성 뇌질환이나 파킨슨병, 치매 같은 노인성 뇌질환이 발생하면 의료계에선 불치병이라 판단 내린다. 치료는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게 전부다.

《스스로 치유하는 뇌》의 저자인 노먼 도이지가 소개하는 치유 사례는 이 같은 주류 과학의 소극적 치료법과는 전혀 다르다. 처방약을 줄이고 운동을 권한다. 빛과 소리, 명상 등으로 뇌가 신체를 자극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방식은 뇌가 얼마든지 변화하는 역동적인 신체기관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뇌가 명상과 같은 정신적 경험에 반응해 자기 구조와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이른바 신경 가소적 특징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류 과학이 바라보는 기존 관점과 상반된 의견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신경 가소성이 과학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이를 활용한 임상적 접근들이 왜 널리 활용되지 못한 채 비주류로 남아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답을 찾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직접 보고 들었던 신경 가소성을 통한 극적인 치유 사례를 소개한다. 30대 중반부터 퇴행성 신경계 질환인 파킨슨병으로 근육이 뻣뻣해지고 운동장애가 생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존 페퍼 씨도 약물 대신 적당한 걷기를 통해 자발적으로 줄어들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만들어냈다. 이런 노력으로 산에 오를 만큼 민첩한 운동 능력을 다시 얻었다. (장호연 옮김, 동아시아, 598쪽, 2만5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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