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지음 / 더퀘스트 / 272쪽 / 1만5000원
[ 윤정현 기자 ] 2000년대 초반 세계적인 완구회사 레고에 경영 위기가 찾아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나선 시장조사에서는 미래 세대가 컴퓨터 게임처럼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놀이에 더 몰두할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레고에 아이들이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란 얘기였다. 이런 흐름에 맞추려면 더 크고 단순한 블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2004년 레고 마케터들이 각 도시를 돌며 인터뷰하던 중 만난 한 아이의 말이 문제 해결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가장 소중한 물건을 하나만 보여달라’는 요청에 소년은 낡은 아디다스 운동화를 꺼냈다.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는 아이가 “이쪽 면은 낡아서 떨어졌고 뒤꿈치는 마모됐죠”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모습에서 깨달았다. 아이들은 참을성 없고 놀이에서 즉각적인 만족감을 얻으려 한다는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놀이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을 습득해 또래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더 컸다. 그 기술이 자신에게 충분히 가치있는 것이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통찰을 바탕으로 레고 경영진은 크고 단순한 블록이 아니라 반대로 훨씬 작고 세밀한 블록 세트를 출시했다.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층까지 흡수하며 2016년 레고는 전 세계에서 6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작고 멋진 발견》에서 저자는 레고 사례를 들어 성능 좋은 컴퓨터에 의존해서는 진정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SK텔레콤과 SK플래닛에서 마케팅과 신규사업 개발 등의 업무를 하면서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데이터의 틀을 벗어나 살아 있는 시장 속으로 뛰어들라”고 조언한다. 시계를 기계가 아니라 패션으로 정의한 스위스 시계 브랜드 스와치, 온라인으로 안경의 유통 구조를 바꿔놓은 미국의 안경 브랜드 와비파커, 호텔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공유 숙박업체 에어비앤비 등 세계 각국 수십 개 기업의 사례를 통해 문제의 본질과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빅데이터보다 정확도가 높은 경험과 직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점, 공감, 관찰이라는 세 가지 습관을 몸에 익히고 일상과 업무 속에서 실천을 통해 체득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런 능력이 컴퓨터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를 거세지고 있는 파도에 비유했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파도를 일게 하는 바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깨닫고 이해한다면 누구나 기회의 파도를 타는 멋진 서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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