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간질간질 올라오고 봄바람이 살랄살랑 불어서일까? 봄만 되면 지름신은 ‘사야 해. 사야 해. 봄이야.’라며 달콤한 유혹의 말을 속삭인다. 봄기운 완연한 4월, 그 유혹에 살짝 넘어가 보는 건 어떨까.(물론 ‘가성비’를 위한 적정 밀당은 필수다.)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고 즐겨 쓰는 스타일링 아이템이 뭐냐고 묻는다면(스타일리스트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대답은 언제나 ‘트렌치코트’다. 그리고 자신만의 향 갖기.
봄, 스타일링 아이템의 대명사 ‘트렌치코트’
흔히 '바바리'로 불리는 트렌치코트는 제1차 세계대전 때의 군복에 기초한 남성의 전유물이었고, 밀리터리 스타일이다. 하지만 트렌치코트는 실용적인 본래 이미지보다 한층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어 매년 간절기 패션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진다. 국내외 패셔니스타들의 ‘애정템’으로 사랑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트렌치코트는 그리 소화하기 힘든 옷이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코트 길이와 색상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트렌치코트만으로 패션위크에서 주목받는 모델이나 프렌치시크의 대명사 샬롯 갱스부르 못지않은 스타일을 뽐낼 수도 있다.
오죽하면 많은 영화의 중요한 장면에 트렌치코트가 어김없이 등장할까. <만추>나 <영웅본색>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인공 탕웨이와 주윤발이 입었던 트렌치코트를 떠올리게 된다.
트렌치코트를 쓸쓸한 가을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봄과 가을이 짧아진 요즘, 다양한 소재와 컬러로 디자인한 트렌치코트는 짧은 간절기에 기분 전환과 동시에 멋을 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제격이다.
가을의 트렌치코트와 달리 봄의 트렌치코트에선 설레임과 경쾌함이 느껴진다. 밝은 아이보리컬러의 트렌치코트를 입고 레드 포인트 스카프를 해보자. 누군가 당신을 어김없이 돌아보게 만드는 필수 봄 아이템이다. 겨울 내내 입었던 울코트를 벗고 파릇파릇한 컬러의 트렌치코트를 입는다면 겨우내 웅크려있던 어깨마저 가벼워질 것이다.
올 봄 후드티에 트렌치코트를 걸쳐입어 경쾌하면서도 캐주얼한 스타일링을 연출해 보자. 좀 더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원한다면 블라우스에 빈티지한 데님, 쁘띠스카프로 포인트를 주면 금상첨화다. 프렌치 시크 룩 스타일의 패셔니스타가 돼 보시길.
두 번째 아이템, 자신만의 향 갖기.
봄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받는 질문. “무슨 향수 쓰세요?” “향수 취향이 좋은 거 같은데 브랜드여쭤 봐도 될까요?” 그때마다 농담처럼 대답을 건넨다. “샴푸냄새예요.”
사치하지 않기를 모토를 삼는 내가 가끔 지출하는 ‘홧김 비용’의 대부분은 바로 향수다. ‘공기 중에 현금을 분사한다’며 비판 내지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하고 마무리하는 데 있어 향기, 향수는 중요하다.
그래선지 향수에도 ‘커스터마이징‘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일례로 르라보 가로수길 매장에서는 커스터마이징해 자신만의 시그니처 향수를 가질 수 있다.
간혹 스타일은 좋은데 자신만의 향 매칭이 잘못된 경우를 발견하면 호감도가 급감한다. 향수는 그 사람의 분위기에 정점을 찍을 수도 있고, 반대로 싫어질 수도 있게 한다. 때문에 많은 테스트와 시향은 필수다. 자신과 향이 잘 어울리는지 주변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다.
이제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만의 향수로 마무리한 뒤 밖으로 나가 봄의 여왕이 돼 보자.(그래서 향수 뿌리는 걸 영어로 ‘wear’라고 한다.) 누가 아는가? 봄바람을 타고 솔로 탈출의 기회가 찾아올지. 여름이 오기 전 짧은 봄, 분위기 있는 유혹이 시급하다.
글=최유림 스타일리스트/ 정리=태유나 기자 /사진=뷰티텐 DB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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