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절대평가'가 기본방침 아니라니…언제 바뀌었나

입력 2018-04-13 12:46   수정 2018-04-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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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의 교육라운지]

"국정과제엔 없었다"지만…
김상곤 부총리 답변 '후폭풍'



교육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대입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은 이름부터 부담감이 묻어났다. 말 그대로 국가교육회의에 넘기는 안이라는 얘기다. 굳이 ‘대입제도 개편 시안’이란 명명을 피했다. 교육부가 제시했다거나 어떤 안을 우선순위로 민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 한 듯했다.

쟁점을 정리했을 뿐 결정하지는 않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압축적 제시”라고 표현했다. 수능 절대평가 및 과목구조 결정, 수시·정시 모집시기 통합 등 복수 제시안을 모두 조합하면 100가지 이상 경우의 수가 나온다. 교육부가 자체안을 만들지도, 특정 입장을 담지도 않았다는 걸 강조한 ‘열린 안’이라 해도 너무하다 싶었다.

더 놀라운 ‘기조 변화’는 질의응답 시간에 나왔다. 사실상 원점 재검토가 된 셈이라 취재진은 “수능 절대평가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수능 절대평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김 부총리의 소신으로 꼽혀왔다. 결국 ‘1년 유예’된 작년 8월의 최대 쟁점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였다.

그런데 김 부총리는 “수능 절대평가가 기본 입장이라는 것은 오해”라고 답변했다. 깜짝 놀랄 발언이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지만 국정과제에는 넣지 않았다”고 했다. 스스로도 “장관 취임 후에는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과 다르다. 일단 김 부총리는 취임 뒤 수능 절대평가 전환 필요성을 언급한 적 있다. 그래서 그의 퇴장 직후 교육부 공무원이 “(김 부총리가) 절대평가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 있다”며 급히 수습하기도 했다.


그러면 국정과제에는 포함되지 않았을까? 작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수능 절대평가’란 표현이 없었던 건 맞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도입·확대’와 ‘고교학점제에 맞는 대입제도 개선’이라는 문구가 국정과제에 명시돼 있다. 수능 절대평가 추진으로 풀이되는 내용이다.

고교학점제가 수능 절대평가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교육계는 상대평가 체제에서 고교학점제를 제대로 구현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본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고2~3 때 진로에 맞춰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수능 절대평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교는 수능에서 중요한 상대평가 과목 위주로 수업을 개설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수능 절대평가 추진은 문재인 정부의 대입정책 핵심 기조로 인식되어 왔다.

해당 국정과제의 기대효과로 제시된 “경쟁·입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핵심역량 함양을 지원하는 학교교육으로 변화”도 ‘한 몸’ 격인 수능 절대평가와 2015 개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연계 패키지를 일관되게 시사했다.

심지어 고교학점제는 이미 시범 도입된 상황. 이를 주도한 당국이 일련의 흐름을 한 번에 뒤집는 발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 교육계 인사는 “자기부정이다. 어이가 없다”며 비판했다. 대학의 입학관계자도 “교육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자주 바뀌니 이젠 놀랍지도 않다”고 냉소했다.

이 같은 김 부총리, 나아가 교육부의 ‘유체이탈 화법’은 대체 왜 나왔는가.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 국가교육회의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면서 당부한 발언이 단초가 됐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입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공정·단순한 전형을 곧 정시로 받아들여, 정시를 무력화하는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재검토 기류가 형성됐을 것으로 유추된다. 최근 박춘란 차관이 주요 대학에 전화를 걸어 정시 확대 검토를 요구한 ‘무리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쨌든 공은 국가교육회의로 넘어갔다. 숙의·공론화를 거쳐 정한다는 취지는 좋다. 단 그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은 적은데 결정할 사안은 많다. 혼선이 불 보듯 뻔하다. 이참에 교육 당국이 새겼으면 한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리더보다 더 나쁜 리더는 결정을 미루는 리더”라는 걸 말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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