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법천지' 성주 사드기지 현장, 대한민국 영토 맞나

입력 2018-04-13 17:36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시설 공사가 기약없이 늦춰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사드 발사대 임시배치가 완료된 뒤 시설 공사를 위한 장비 반입을 여러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막아섰고, 공권력은 맥없이 뒤로 물러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제도 국방부는 건설 장비를 기지 안으로 보내려 했다가 시위대에 막혀 포기했다. 경찰 3000여 명이 투입됐지만, 150여 명에 불과한 반대자들을 막지 못하고 물러났다.

사드 발사대 2기가 먼저 반입된 지난해 4월부터 기지 앞은 무법천지나 다름없어졌다. 반대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기지 길목에서 차량들을 불법 검문하는 등 멋대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권력은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대한민국 영토주권이 미치지 않는 ‘해방구’라는 말까지 나온다. 시위대는 심지어 “편의시설 공사를 직접 참관하겠다”는 요구까지 내놨다고 한다. 군사시설 공사를 민간인의 ‘감독’을 받으면서 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국방부는 기존 장비만이라도 반출하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시위대가 ‘허락’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공권력이 온전하게 작동하고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사드를 제대로 배치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정부는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한 뒤 최종 배치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는 주민 반발을 이유로 7개월 넘게 환경영향평가를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사드 기지 공사가 지지부진하면서 한·미 장병 400여 명은 창고나 복도에 야전침대를 놓고 지내는 실정이다. 끼니는 전투식량으로 때운다고 한다. 군수품은 헬기로 공급받는다. 이 지경이면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사기지라고 하기 힘들다.

남북한 대화 국면이라고 하지만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변한 게 전혀 없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군사기지 공사가 외부 반대 때문에 중단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게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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