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거래 손배 '시금석' 되나
일반인보다 정보 우위 악용
에프티이앤이·차바이오텍 대상
유앤아이 법률사무소, 피해자 모집
피해 대상·규모 산정이 핵심
[ 박종서/나수지 기자 ] 악재가 터지기 전에 자사 주식을 대거 처분(내부자거래)한 대주주와 임직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공동소송이 이뤄질 전망이다. 내부자거래 관련 형사처벌은 종종 있지만, 일반투자자가 참여하는 민사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 대상과 규모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정보비대칭에 기반한 내부자거래 손해배상소송의 ‘시금석’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내부자의 자사주 매도로 손해”
유앤아이 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15일 합성섬유 제조사 에프티이앤이와 바이오업체 차바이오텍의 대주주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할 피해자 모집에 나섰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회사 내부자들이 미공개 정보로 주가하락 손실을 피했다는 의혹에 대해 모니터링 중이다.
두 회사는 지난달 22일 회계법인의 외부감사에서 각각 ‘거절’(에프티이앤이)과 ‘한정’(차바이오텍) 감사의견을 받았다. 이에 따라 에프티이앤이는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졌다. 연초 8180원까지 오르기도 했던 주가는 3580원에 매매거래정지됐다. 회계업무를 총괄하는 박종만 에프티이앤이 수석부사장은 1~2월에 보유주식의 41.4%인 56만 주를 7000원 안팎에서 매도해 내부자거래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차병원그룹 계열사인 차바이오텍도 비슷하다. 차병원그룹 회장의 사위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은 보유하던 차바이오텍 8만2385주 전량을 회계장부 공개를 앞둔 2~3월 중 처분했다. 전 차바이오텍 사장 등 임직원 일부도 같은 혐의선상에 올라 있다. 나지수 유앤아이 변호사는 “내부자거래 혐의가 뚜렷해 피해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소송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피해자 특정, 피해액 산정 등 쟁점 많아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예상된다. 일단 내부자거래 혐의가 입증돼야 한다. 금감원 조사에서 문제가 확인돼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원고에게 유리해진다. 민사소송 과정을 통해서도 혐의를 밝힐 수 있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법리적으로는 누가 피해자인지를 정하는 것이 난제다. 유앤아이 측은 내부자들이 매도한 날짜에 해당 종목을 거래했다면 소송 자격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내부자가 매도한 시각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판례는 ‘같은 종목의 유가증권을 동시기에 내부자와는 반대방향으로 매매한 자’로 언급하고 있다. 피고 측은 피고가 매도한 특정 주식을 매수한 사람만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 있다. 주식 매매 당사자는 거래소 기록을 통해 밝힐 수 있다.
피해 규모 확정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내부자들의 손실회피액 전체를 투자자 피해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유앤아이 측은 금감원 발표에 근거한 손실회피 추정액은 에프티이앤이가 16억원, 차바이오텍은 10억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가하락이 감사의견만의 영향은 아니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나 변호사는 “주식시장에서 내부자거래가 끊이지 않는 것은 손해배상 책임에 노출된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재판을 통해 증시 건전화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서/나수지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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