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등 규제장벽 점점 강화
"동남아 출시 속도 4배 늦어져"
[ 양병훈 기자 ] 국산 의약품의 해외 진출에 잇따라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공을 들여온 동남아 등 제약 신흥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베트남 정부가 오는 7월 새로운 의약품 입찰규정을 도입하는 게 대표적이다. 새 입찰규정의 골자는 유럽·미국·일본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에 부합하는 약만 1~2등급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한국 의약품의 입찰등급은 현행 2등급에서 6등급으로 떨어진다. 업계는 베트남 수출 물량의 80%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 제약기업이 세 번째로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동남아에는 3~4개월 정도면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 수입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출 절차를 밟는 데만 1년 넘게 걸린다”며 “제조품질관리기준까지 강화되면 국내 제약산업의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의약품 무역수지가 더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2년 31억1700만달러였던 의약품 무역적자는 2015년 20억300만달러로 줄었으나 2016년 25억1600만달러로 다시 악화됐다.
국내 업체들의 신약 개발이 저조한 것도 의약품 무역수지 개선이 잘 안 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개발(R&D) 투자도 화이자 노바티스 로슈 MSD 등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한참 밀린다. 국내에서 R&D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셀트리온은 지난해 R&D에 2270억원을 썼다. 로슈(12조9000억원), 존슨앤드존슨(10조8000억원) 등의 한 해 R&D 투자액의 2%에도 못 미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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