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경제 드라이브'… 中 하이난, 세계 최대 자유무역항으로 개발

입력 2018-04-15 19:40  

중국 공산당, 하이난 특구 개발계획

상품·자본·인력 등 자유이동 보장
트럼프 통상압박에 대외개방 '맞불'

시진핑 주석, 개혁·개방으로 경제 성장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연상시켜
장기집권 위한 첫 시험대 전망도



[ 강동균 기자 ] 중국 최남단 열대섬 하이난이 싱가포르, 홍콩과 같은 자유무역항으로 개발된다. 중국 정부는 하이난에서의 상품, 인력, 자본 이동과 투자 자유를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앨 방침이다. 또 외국 투자기업은 중국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한다.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중국의 발전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을 뛰어넘는 경제적 업적을 얻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갈수록 강해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대외 개방 확대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란 평가도 있다.

◆하이난을 제2 싱가포르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의 15일 공동 발표에 따르면 하이난에는 2025년까지 기본적인 자유무역항 체제가 구축되고, 이후 10년간 본격적인 운영을 위한 절차가 진행된다. 무역과 투자, 융자, 재정, 세제, 금융, 출입국 등과 관련한 규제도 크게 완화한다. 최고 수준의 자본주의 개방특구 시험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지난 13일 하이난 경제특구 30주년 기념식에서 “하이난을 자유무역실험구로 공식 지정하고 단계적으로 중국 특색 자유무역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시 주석은 “자유무역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개방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하이난에 집중 육성할 산업으로 관광, 인터넷, 의료, 금융, 컨벤션산업을 제시했다. 관광산업을 위해선 글로벌 항공 노선을 구축하고 상품 구매 때 면세 한도를 높이기로 했다. 하이난에 등록한 외국 자본 합작 여행사에는 대만을 제외한 해외 관광업무(아웃바운드)도 허용할 방침이다. 에너지, 해운, 원자재, 지식재산권, 주식, 탄소배출권 등과 관련한 거래소도 세우기로 했다.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중국 명문대 분교와 저명 연구기관의 분소를 하이난에 유치할 방침이다. 중국 대학에서 석사학위 이상을 받은 외국 유학생이 하이난에서 취업하거나 창업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외국인 인재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혁신창업시범지구도 조성할 계획이다.

국가 열대 농업과학센터와 글로벌 동식물 자원기지, 항공우주 등 중요 과학기술 혁신기지와 국가 심해기지 연구센터도 짓기로 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주변 국가와 협력하기 위해 문화, 교육, 농업, 관광 교류 플랫폼도 구축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자유무역항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덩샤오핑을 넘어서려는 시진핑

중국에선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구상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와 비교하는 시각이 많다. 1989년 톈안먼 시위 무력 진압 등으로 중국 지도부의 개혁·개방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덩샤오핑은 상하이와 선전 등을 순시하며 개혁·개방 확대를 주문했다. 덩샤오핑의 이 남순강화를 계기로 중국은 남동부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덩샤오핑도 하이난을 발전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1988년 하이난은 광둥성에서 분리돼 중국 최대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그러나 개발과 관련한 각종 부패 사건이 끊이지 않았고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렸다. 결국 덩샤오핑은 1993년 하이난 개발의 실패를 인정하고 모든 지원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2009년 하이난을 국제적인 관광지역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내놨지만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5년간 유치한 외국 자본은 중국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지난해 하이난을 찾은 관광객은 6700만 명으로 2002년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지만 이 중 외국인 관광객은 100만 명에 그쳤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중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중국 31개 성·직할시·자치구 중 22위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하이난 자유무역항 지정은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냄으로써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 주석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이 3연임을 넘어 장기 집권하려면 마오쩌둥(毛澤東)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야 한다”며 “하이난 자유무역항이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中 패권주의 우려하는 국제사회

하이난은 중국의 22개 성과 4개 직할시, 5곳의 자치구 중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남중국해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중국으로선 군사적·전략적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하이난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남해함대의 잠수함 기지가 있고 공군과 미사일 부대, 해안경비대, 군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우주선 발사대도 자리잡고 있다. 항공모함 정박 시설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에선 하이난 개발이 시 주석이 꾀하고 있는 중국 패권주의와 맞물려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하이난은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남중국해의 시사군도(파라셀군도), 난사군도(프래틀리군도) 등을 관할한다. 시 주석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지난 12일 하이난 남쪽 남중국해에서 군복 차림으로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함에 올라 사상 최대 규모의 해상 열병식을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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