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개인 간(P2P) 금융회사들이 참여한 가상화폐 플랫폼 지퍼가 가상화폐공개(ICO) 투자자들에게 원할 경우 조건없이 투자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지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이승행 미드레이트 대표(사진)가 학력을 위조해 수 백억원대 투자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퍼 측은 15일 “이승행 공동 대표의 학력 논란으로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퍼 팀을 믿고 ICO에 참여하신 분들 중 환불을 원하시는 경우 조건 없는 환불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뢰가 생명인 금융 산업, 특히나 ICO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불거져 나온 점은 그 어떤 말로도 이해와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상황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이 대표를 지퍼 프로젝트에서 전면 제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드레이트 측도 “이 대표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신규식 이사, 백승한 이사가 앞으로 서비스를 이끌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며, 더욱 더 안정적인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퍼는 지난달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지퍼코인의 프리세일(사전판매)을 해 2만8000이더리움을 모았다. 이날 오후 3시 빗썸에서 거래된 이더리움 가격(53만2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지퍼 측은 148억원을 투자받은 셈이다. 지퍼는 당초 16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ICO를 하려 했지만 23일로 미뤘다. 규모는 2만이더리움(약 106억원) 정도로 예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민원·신고 사이트엔 지난 13일 ‘이승행 P2P금융협회 초대 회장의 허위 학력 및 경력을 고발합니다’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이 대표는 지난 2월까지 초대 P2P금융협회장을 역임했다. 이 대표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MBA를 다닌 것처럼 홈페이지와 백서 등에 표시해 투자자를 모집했다는 것이 민원의 핵심이다.
민원인은 “이 대표는 2011년 단국대 천안캠퍼스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것이 실제 약력”이라며 “플로리다주립대를 졸업하고 MIT 슬론 MBA를 졸업한 것은 허위”라고 ‘학력 뻥튀기’ 의혹을 제기했다.
민원인은 “이 대표가 허위 학력으로 투자자를 유치해 100억원 이상의 거래액을 달성하고 있으며 16일엔 ICO를 통한 자금모집을 앞두고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며 “금감원이 조사 및 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학력이 잘못 알려진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수업을 들은 뒤 월트디즈니 컴퍼니에서 전사적자원관리(ERP) 관련 업무를 한 것이 잘못 알려졌다”며 “과거 언론 인터뷰 당시 공인이 아니었고 고의로 학력을 숨긴 것이 아니라 수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MIT 슬론 MBA에 대해서도 “2010년 비학위과정으로 MIT 슬론에 입학한 뒤 온라인 교육이나 학교에 다니며 수업을 들었지만 2011년 국내 대기업에 취업하면서 수료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퍼코인 ICO 전에 이미 학력을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제기된 민원 내용을 정확히 파악한 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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