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MBA] "MBA 졸업장만으로 다 通하는 건 아냐… 확실한 목표 먼저 세워라"

입력 2018-04-17 17:39  

선배 5인의 진학 조언

"한양대 글로벌YES과정 가업승계에 특화
KAIST 테크노 MBA 학생연구실 창업 활발
고려대 에스큐브亞과정 아시아 3개국서 공부"

"알토대 EMBA는 학업·직장 병행 가능
성균관대 SKK, 글로벌 경영 트렌드 빨라
수업중 작성한 사업계획서로 해외 진출도"



[ 구은서 기자 ]
국내 대학이 운영 중인 경영전문대학원(MBA)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해외 MBA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가성비’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이 가업승계에 특화된 MBA 등 특색 있는 MBA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국내 비즈니스에는 국내 MBA가 더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경험자들은 “MBA 졸업장만으로 커리어가 완벽하게 보장될 거란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잘라 말한다. 기업 경영, 해외시장 진출 등 자신만의 목표를 먼저 세운 뒤 MBA 과정을 이수해야 실질적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대학 MBA 과정을 마쳤거나 이수 중인 경험자 5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각자 경험한 MBA 과정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임정구 성모산업 기술지원부 부장=한양대 인터내셔널MBA 글로벌YES 과정은 국내 유일의 가업 승계와 가족 창업에 특화된 MBA입니다. 교육과정 자체가 2세 경영자들의 ‘니즈’에 맞춰져 있죠. 저는 30년 업력을 가진 성모산업이라는 회사의 가업승계를 준비 중인데, 가족기업학회 등을 통해 비슷한 처지의 2세 경영자들과 고민을 나누고 돈독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어 큰 도움을 얻었어요.

▷조민정 제일기획 디지털플랫폼팀 프로=제가 졸업한 카이스트 테크노MBA는 국내 MBA 중 유일하게 모든 학생이 랩(lab·연구실) 생활을 합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데다 학생들만을 위한 연구 공간이 제공되니 학생 간 교류가 활발할 수밖에 없죠. 이 과정에서 사회적기업가MBA나 금융MBA 등 여러 MBA 학생이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다 보니 창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김기은 메디톡스 동북아사업팀 과장=고려대 에스 큐브 아시아 MBA는 3개국에서 6개월씩 머물며 공부하고, 졸업 시 2개 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단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첫 학기에는 상하이 푸단대에서 중국의 부상을 목격할 수 있고,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2학기에는 국내에 머물며 고려대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습니다. 마지막 학기에는 싱가포르국립대에서 국제 감각을 익힐 수 있습니다.

▷김형돈 삼성디스플레이 영업팀 차장=학업과 직장을 병행 가능한 게 알토대(핀란드 헬싱키경제대) EMBA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평일 오후 2~3시에 시작하는 MBA는 대부분 직장인에게는 ‘미션 임파서블’이죠. 알토대 EMBA는 금요일 저녁, 토요일에 수업이 진행됩니다. 1년6개월의 국내 과정과 2주간의 핀란드 해외 과정을 이수하면 알토대 EMBA 학위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MBA 두 가지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또 알토대 EMBA는 전임교수가 거의 없고 초빙교수가 대부분이라, 과목별로 각 분야의 석학을 모셔와 수업이 진행됩니다. 각 대학의 우수 교수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니 교육의 질이 높을 수밖에 없죠.

▷김남진 카카오모빌리티 사업기획팀 매니저=성균관대 SKK GSB과정은 교수님의 65%가, 재학생 40%가 해외 출신일 정도로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국내에서 공부하지만 국내외 최신 경영 트렌드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죠. 또 학기제가 아니라 1주 또는 7주간의 짧은 ‘모듈’로 수업이 구성돼 저 같은 이공계 전공 학생들이 단기간에 빠르게 기초부터 심화지식까지 접근하는 데 유리합니다.

▲MBA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김기은 과장=제 강점을 살려 이직하기 위해 MBA를 택하게 됐습니다. 지금 회사로 옮기기 전에 한 제약회사 마케팅 직군에 5년 정도 근무했어요. 학부 때 해외 교환학생 경험이 있어 중국어를 할 줄 아는데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전혀 없었죠. 향후 중국시장이 커질 것이니 중국 헬스케어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개인적 목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시장에 특화된 MBA를 택했고, 원하는 기업의 동북아사업팀에서 일하게 됐으니 MBA가 이직의 발판이 된 셈입니다.

▷김형돈 차장=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5년간 일하다가 마케팅 분야로 옮기게 된 게 가장 큰 계기였어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업무를 하다 보니 한계를 느꼈고, 사이버대 경영학 학위를 따기도 했지만 여전히 갈증이 남았습니다. 서울의 일반대학원들도 알아봤지만 기흥에서 근무하다 보니 오가면서 수업을 듣는 게 불가능해보였습니다. 제 상황과 요구에 딱 맞는 교육과정이 알토대 EMBA였죠.

▲MBA가 실제 업무에서 어떤 도움이 됐나요.

▷임정구 부장=수업 중에 작성한 사업계획서가 실제 사업계획이 됐습니다. 한양대 MBA 과정 중에 2주간 터키, 중국 등 해외 기업현장을 직접 보고 자기만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사실상 그때 작성했던 사업계획서 따라 해외시장 진출, 기술개발 계획이 이뤄지고 있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조민정 프로=MBA에서 공부한 이론뿐 아니라 함께 공부한 동문들의 연락처가 큰 자산이 됐어요. 업무를 하다 보면 다른 업계 동향을 알아야 할 때도 있고 생소한 전문분야를 들여다봐야 할 때도 있는데, 동문이 곳곳에 퍼져 있으니까 혼자 끙끙대는 대신에 바로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할 수 있습니다. 또 제가 선택한 분야가 소비자데이터분석인데 데이터마이닝 등 툴을 익히는 데도 실제적 도움을 얻을 수 있었고요.

▲MBA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김남진 매니저=성균관대 SKK GSB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초반에는 언어 때문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100% 영어 환경이라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동기들이 아시아, 인도, 유럽,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모였기 때문에 다양한 억양의 영어에 익숙해질 수도 있었고요. 덕분에 취업 후 해외 사업을 진행할 때 훨씬 수월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MBA 이수하려는 지원자들이나 학교 측에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김기은 과장=MBA는 ‘과정 중 하나’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유명한 MBA의 졸업장을 갖는다고 해서 무조건 자신의 커리어가 보장되는 건 아니거든요. 중요한 건 MBA를 통해 내가 뭘 얻고 싶은지 확실한 목표를 갖고 그에 맞는 과정을 택하는 겁니다. ‘왜 MBA인가’ ‘MBA 이후 내가 어떻게 달라지길 바라는가’부터 냉철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형돈 차장=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초반에 의욕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다가 시간적 여유가 없어지면서 과제나 공부는커녕 수업에 겨우 출석도장만 찍는 사람들도 적지 않거든요.

▷조민정 프로=두 분의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덧붙여서 학교에 제안하자면 학교가 축적한 풍성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해요. 가령 MBA 학생들은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지 가늠하기가 힘들거든요. 그럴 때 기술력을 가진 KAIST 인재들과 협업할 수 있도록 학교가 연결해준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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