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14% 준데 이어 올 1분기 26%로 감소폭 커져
혁신 부재로 기술 평준화 …신규 출시폰도 15% 줄어
'5G폰' 새 성장엔진 될까
2021년 5G폰 1억대 전망
글로벌 출하량의 6% 불과
업계 폴더블 폰으로 활로 모색
[ 이승우 기자 ]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중국 시장에서는 올 들어 판매량 감소세가 더 가팔라졌다. 놀랄 만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가운데 기술 수준이 평준화하면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와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중국 내 신규 스마트폰도 줄어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중국정보통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 휴대폰 시장 운영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8137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1% 줄었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회사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7586만 대로 1년 전보다 27.9% 감소했다. 중국 내 신규 출시된 스마트폰도 15.1% 줄어든 158종에 그쳤다.
싱가포르의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는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이 4억5900만 대로 2016년보다 4% 줄었다고 분석했다. 작년 4분기에만 14%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시장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애플 등 상위 5개 업체로 쏠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깊어졌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조사 결과 작년 4분기 기준 이들 5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80.4%에 이른다. 과거 상위권을 차지했던 메이주 ZTE 레노버 등의 영향력은 작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회사인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작년 4분기 중국 시장 점유율이 0.8%에 불과했다.
리처드 위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중소 규모의 중국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업체는 서너 곳에 불과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 시장 내 판매량이 줄어든 영향을 받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SA 집계 결과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15억750만 대였다. 4분기엔 4억 대로 8.8% 감소했다.
그나마 인도 시장 판매량이 1억2400만 대로 14% 늘어나는 등 신흥시장 덕분에 감소세는 면했다. 하지만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의 부진이 계속돼 글로벌 성장 둔화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SA는 올해와 내년에도 글로벌 판매량이 0~2%대의 저조한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혁신 부재로 후발주자 맹추격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부진한 이유로는 혁신 부재가 꼽힌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로 더 이상 새로운 스마트폰을 내놓기 어려워졌다. 항상 휴대해야 하는 스마트폰 특성상 6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크기에 한계가 있다 보니 배터리 크기를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제조업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외관이 대동소이하다. 베젤(화면 테두리)을 최소화한 5인치대 QHD(2560×1440 해상도) 디스플레이와 3500mAh 안팎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카메라 등 기능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킬러 포인트’가 되긴 쉽지 않다.
스마트폰 기술이 한계에 다다르자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이 치고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등 선두 업체들을 발빠르게 뒤쫓고 있다. S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 2위는 삼성전자와 애플로 각각 21.1%, 14.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 점유율 1위 업체인 화웨이는 10.1%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연간 점유율이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중국 업체들은 후발주자에 머무르지 않고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AI 기반 신경망 연산 프로세서 ‘기린970’을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렌즈 3개를 장착한 ‘트리플 렌즈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5G와 폴더블폰이 탈출구 될까
업계는 이르면 내년 상용화가 시작되는 5G 이동통신과 제조업체들이 준비 중인 폴더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이 시장 성장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5G 스마트폰의 전망은 당분간 어둡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1년 세계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1억100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15억 대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많지 않은 숫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5G 글로벌 표준이 확정되지 않았고 △칩셋 가격이 비싸며 △통신망이 한국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5G 스마트폰이 활성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폴더블폰은 한계에 봉착한 스마트폰의 디자인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 만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물론 LG전자 화웨이 오포 ZTE 레노버 등 대부분 제조업체가 폴더블폰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형 디자인에 맞는 사용자경험(UX)이나 콘텐츠,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이용자의 불편만 가중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은 지난 2월 MWC 당시 “과거에는 의미있는 혁신보다 세계 최초, 업계 최초에 연연했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지갑을 열 만한 가치가 있을 때 도입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며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사용성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UX와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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