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이 든 컵을 던져 논란이 되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35)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광고업계에서 이른바 'VIP 고객' 위치에 있는 대한항공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영국 캠페인 TV 광고를 중단시켰다. 조 전무의 '갑질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이번 영국 캠페인 TV 광고는 조 전무로부터 '물컵 갑질'을 당한 'H' 광고대행회사가 제작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당초 이 캠페인의 티저(맛보기) 광고를 내보낼 정도로 영국 캠페인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영국 여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반영, 이 광고대행사는 평소 인력 대비 3배가 넘는 인원을 캠페인 제작에 투입했다. 대한항공에선 광고총괄임원으로 있는 조 전무가 이 캠페인을 직접 챙겼다. "물컵을 던졌다"는 해당 회의가 영국 캠페인 광고 때문에 열린 것이다.
영국 캠페인 TV 광고 중단으로 'H' 광고대행회사는 대한항공으로부터 광고 수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광고비는 크게 제작비와 매체 수수료로 지급되는데 캠페인이 중단되면서 매체 수수료를 지급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매체 수수료는 통상 해당 광고비의 10%로 책정된다.
더 큰 우려는 대한항공이 10년 가까이 'H' 광고대행회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해왔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는 것이다.
연간 이 회사에 300억~400억원의 광고비를 집행해 온 대한항공은 'H' 광고대행회사에서 VIP로 통한다.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사를 고르고 예산을 집행하는 사람이 조 전무다.
국내 광고대행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중에서 KT와 한진그룹만 계열사 안에 광고기획사가 없다"며 "광고대행업계에선 이들과 계약하면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광고물량이 생기기 때문에 폭언을 들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조 전무와의 갈등으로 'H' 광고대행회사에서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광고물량을 내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경찰이 지난 15~16일 광고대행회사 직원을 불러 조사한 결과 실무자는 "얼굴을 향해 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임원들의 진술은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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