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미현 기자 ] “인사 검증을 위한 설문지에는 정치자금 처리에 대한 항목이 없었기 때문에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전 원장의 ‘5000만원 셀프 후원’ 행위가 불법이라는 결론을 내린 뒤 “민정수석실에서 직접 확인한 내용”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김 전 원장이 검증받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임기 직전 자신의 정치자금 5000만원을 더미래연구소에 보낸 사실을 청와대에 알리지 않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불법으로 결론 내린 사안이다.
설문지에 관련 질문이 없다는 민정수석실 해명은 사실일까.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새로 마련한 ‘고위공직 예비후보 사전질문서’를 확인해 봤다. 이 질문서는 고위공직 후보자가 인사 검증을 받기 전에 적격성을 따져보기 위해 스스로 작성해 제출한다. 인사 검증에도 활용되는 자료다.
민정수석실 해명과 달리 사전질문서에는 ‘본인이 직장의 공금을 공적인 업무 이외의 용도에 사용하거나 내규에 맞지 않게 사용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있다. 직무윤리 분야 14번 문항이다. 구체적인 예시로 ‘공금을 개인 명의 기부금으로 사용’한 경우가 명시돼 있다. 질문에는 ‘예’ ‘아니요’ 혹은 ‘추가 확인 필요’로 답변할 수 있다.
‘셀프 후원’ 사실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이다. 정치자금법 21조는 국회의원 임기 종료 후 잔여 후원금을 소속 정당에 인계하도록 돼 있지만, 김 전 원장은 공금인 정치자금을 개인 명의 기부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라인의 이 같은 부실 검증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낙마한 이유정 대법관 후보자의 경우도 ‘직무 관련 정보로 주식을 매입한 경험이 있느냐’는 사전설문을 통해 검증이 가능했다. 결국 이 후보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년 반 사이 주식으로만 12억원을 벌어들인 사실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고 자진 하차했다.
부실한 검증과 오판으로 국민과 대통령에게 피해를 줬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청와대에 없다. 당사자 탓을 하는 게 민정수석실이 내놓은 해명이다. 그것도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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