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국민기업' 포스코 수난史… 회장 8명 모두 '중도 하차'

입력 2018-04-18 17:45   수정 2018-04-19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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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퇴

정권 바뀔 때마다 거센 外風에 시달려

계열사 세무조사·경영진 檢수사 등 '외압'
전문가들 "대주주 없는 지배구조의 한계"



[ 김보형 기자 ]
‘정권 초기 선임→정권 말기 연임 성공→차기 정권 초 불명예 퇴진.’

‘민간기업 인사불개입 원칙’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도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긴급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포스코는 정권의 변동에 따라 최고경영자(CEO)가 중도에 물러나고 새 CEO가 선임되는 ‘흑역사’를 여덟 번째 되풀이하게 됐다. 대주주가 없는 민영화된 공기업 특성상 지배구조의 개선 없이는 ‘국내 1위, 세계 5위’의 철강업체 포스코 회장의 중도 퇴임이라는 악순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복된 ‘돌연 사퇴’

포스코는 지난달 9일 열린 주주 총회에서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새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수석실에서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내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계열사 CEO 인사에서도 노무현 정부 때 포스코에서 일한 인사들을 중용했다. 당시 권 회장이 정부의 외압을 차단하기 위해 친(親)정권 인사를 영입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경제계에서는 갑작스러운 권 회장의 사퇴를 놓고 ‘더 이상 버티는 게 조직 또는 개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이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시민단체의 고발로 전·현직 경영진 7명이 검찰 수사를 받는 등 포스코에 대한 사정당국의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같은 처지인 황창규 KT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소환된 것도 권 회장이 사퇴 결심을 굳힌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권 회장은 평소 “순국선열의 피(대일청구권 자금)로 세운 포스코는 국가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가 포스코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더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포스코 안팎의 시각이다.

◆지배구조 개선하면 바뀔까

포스코가 정권의 영향에 취약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대주주 부재’가 꼽힌다. 작년 말 기준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지분 11.08%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주주 권한 행사가 쉽지 않은 소액주주 비율이 64.26%에 달한다. 뚜렷한 대주주가 없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정부 성향의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거나 정권이 회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분 5% 안팎을 보유한 과점주주를 만든 뒤 과점주주에게 공동경영을 맡기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5% 이상 주식을 소유한 4~6개 과점주주가 30%가량의 지분을 소유하게 하고, 이들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로 바꾸면 정권의 외압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포스코가 독과점 기업 성격이 강한 데다 여전히 국민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은 과점주주 체제 추진에 앞서 풀어야 할 숙제다.

어느 정권이든 포스코를 여전히 맘대로 주물러도 되는 공기업으로 인식한다는 것도 ‘중도 하차’의 역사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포스코가 자초하는 측면도 있다고 꼬집는다.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기저기 줄을 대느라 바쁜 고위 임원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내부 분열도 외풍을 불러온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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