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윤정 기자 ] "소년법에는 형사소송법과 달리 교화의 목적이 명시돼 있습니다. 처벌이 주가 아니라는 거죠. 소년범들이 사회에서 격리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법과 정의로 기회를 줘야 합니다"
‘소년범의 대부’로 불리는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53·사진)는 18일 “이른바 범죄 청소년들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사법 사상 최장수인 8년간 소년재판을 맡아왔다. 2010년 창원지법에서 3년간 소년재판을 맡은 뒤 전문법관을 신청해 부산가정법원에서 5년간 소년재판을 담당했다. 한직으로 여겨지는 소년재판을 자진해 맡으면서 1만2000명이 넘는 소년범을 만났다. 재판정 밖에서도 비행 청소년의 대안 가정인 ‘청소년 회복센터’ 설립과 ‘장기결석 학생 학업 복귀사업’ 등을 추진하며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을 양지로 끌어오는 데 힘써왔다.
그는 이달 초 소년재판을 하면서 느낀 소회와 에피소드 등을 다룬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을 펴냈다. 최근 청소년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논란이 된 ‘소년법 폐지’ 주장에는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흉악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게도 교화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판사에게 선고 이후 아이들을 추적 관찰하는 집행감독권 같은 특수한 권한을 주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소년범에게 한없이 따뜻할 것 같은 그이지만 재판장에서의 모습은 사뭇 엄하고 단호하다. ‘호통판사’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재판장에 선 아이들에게 호통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다. 그는 “아이들이 다시 재판장에 서지 않게 하려면 호통이 필요했다”고 했다. 천 부장판사는 소년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소년원 송치 2년)을 많이 선고해 ‘천10호’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와 같은 길을 가겠다는 후배 판사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소년재판 전문 판사로 알려지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해도 돈벌이가 어렵죠. 그럼에도 소년재판을 맡겠다는 후배 판사들을 보면서 희망을 얻습니다”
지난 2월 그는 소년법원을 떠나 일반법원인 부산지법으로 둥지를 옮겼다. 소년재판을 계속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록 소년법원을 떠났지만 청소년을 위한 활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책으로 얻은 인세는 전부 청소년회복센터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만난 아이들과 꾸준히 연락하면서 청소년 보호 활동도 계속해야죠. 법정을 떠난 뒤에는 청소년 정책과 관련해 교육자로서 강단에 서지 않을까요”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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