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유럽 등 5곳 검토
[ 정인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다섯 곳을 골랐다”고 발언하면서 회담이 어디에서 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서는 남북한과 미국이 아니라 제3의 장소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후보지로 평양과 워싱턴, 판문점, 중국 베이징, 몽골 울란바토르, 스웨덴 스톡홀름, 스위스 제네바 등이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에 미국이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고 말해 미국은 제외됐음을 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회담 장소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당초부터 베이징, 평양, 서울, 판문점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판문점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시선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동남아시아와 유럽이 회담 장소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판문점이나 제주에서 열리길 원했고 북한은 평양에서 개최되기를 희망했다.
현재로선 동남아나 유럽, 몽골이 유력 후보지로 관측된다. 중립국이나 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외교공관을 개설한 곳들이 물망에 오른다. 몽골 정부는 지난달 16일 오승호 주몽골 북한 대사를 불러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제공할 의사를 밝혔다. 동남아에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에 북한 대사관이 개설돼 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와 스웨덴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스위스는 김정은이 유학한 곳이며 스웨덴은 서방 국가 중 유일하게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판문점 카드가 살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린다면 냉전 해체의 출발점이 된 미·소 간 몰타 정상회담보다 훨씬 상징적일 것”이라며 “판문점을 장소 후보에서 아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서기장은 1989년 12월 지중해 몰타해역 선상에서 만나 냉전의 종지부를 짓는 데 합의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