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개방형 병원'이 적폐라는 복지부 TF… 장관에 '의료 영리화 중단' 요구

입력 2018-04-19 04:55  

"규제프리존·서비스발전법서 보건의료 제외" 권고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도



[ 김일규 기자 ] 보건복지부 적폐청산위원회가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게 투자개방형 병원을 포함한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명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국회에 계류된 규제프리존특별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할 것도 촉구했다. 의료 및 서비스산업 발전을 막는 대못을 박으라고 권고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8일 박 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의 권고안을 전달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부처별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꾸리라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대학교수 등 외부인 일곱 명과 복지부 간부 일곱 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복지부가 청산해야 할 세 가지 적폐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 △의료 영리화 관련 정책 △서울시 청년수당과 성남시 청년배당에 대한 복지부의 반대를 제시했다. 이봉주 위원장은 “복지부가 권고안을 수용하고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해 정책에 반영하는지 모니터링하겠다”며 “위원회 운영 기한도 2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적폐청산위원회는 지난 정부가 의료 영리화(투자개방형 병원 도입) 논란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병원이 영리화되면 맹장수술비가 턱없이 높아져 병원에 가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확산됐지만 정부가 이 같은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복지부가 의료 영리화 정책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히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프리존특별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하도록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위원회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료산업 및 서비스의 발전을 막는 권고안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대 때문에 출발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첫 투자개방형 국제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 사업이 아예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복지부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선 투자개방형 병원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라고 해서 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이제 와서 적폐라고 하니 일할 맛이 안 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국민연금 운용과 관련해선 기금운용위원장인 복지부 장관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직접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라고 권고했다. 국민연금이 주주로 있는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스튜어드십코드’는 7월 안에 도입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어서 ‘뒷북 권고’라는 게 복지부 안팎의 시각이다.

위원회는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대법원 판결 및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공무원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적폐청산은 공직자 개개인의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고 했는데 위원회는 사실상 징계를 요구한 것이어서 당황스럽다”고 했다.

위원회가 서울시 청년수당이나 성남시 청년배당에 대해 복지부가 반대한 것을 적폐로 본 것에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퍼주기식 복지정책을 펼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이 사회보장기본법상 복지부의 임무인데 그게 적폐라면 누가 일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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