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미국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가 사람들이 자신의 소유물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에 대해 명명한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2008년 미국 밴더빌트대 법률학자 오언 존스와 조지아주립대 영장류 동물학자 사라 브로스넌은 침팬지를 바탕으로 보유효과를 확인한 실험을 했다.
이들은 침팬지에게 땅콩버터와 주스를 제시하고 고르도록 했다. 침팬지 중 60%는 땅콩버터를 골랐다. 그런데 먼저 땅콩버터를 주고 난 뒤 이를 주스와 교환할 것을 요구했을 때는 80% 정도가 땅콩버터를 유지했다. 보유효과로 인해 침팬지의 땅콩버터 선호 비율이 20% 정도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보유효과는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더라도, 일단 만져보거나 사용해 본 물건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만져보고 사용해 본 물건일수록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머그컵을 활용해 보유효과를 확인한 실험도 있다. 실험군을 둘로 나눠 한 집단은 머그컵을 눈으로만 보게 하고, 다른 집단은 머그컵을 만져볼 수 있게 했다. 그러고 난 뒤 두 집단에 머그컵의 적정 판매가격을 적게 했다. 그 결과 머그컵을 만져본 실험군이 그렇지 않은 실험군에 비해 동일한 머그컵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지자체의 각종 개발사업 역시 이런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해당 개발사업의 진행 여부가 최종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감도 내지 구상도가 제시되거나 개발 예정지가 발표된다. 이런 과정에서 보유효과가 발생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사업에 대한 애착이 형성되며, 이들 사업이 좌초될 경우 크게 실망하거나 반발한다.
국가나 지자체를 위한 예산은 한정돼 있다. 전문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이전 사업들에 불필요한 애착을 보일 이유는 없다. 국가나 지역사회 발전에 보탬이 될 사업 내용의 공약이 쏟아져 나오길 바란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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