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문화살롱] 작가 마크 트웨인의 기발한 발명

입력 2018-04-19 17:41  

고두현 논설위원


‘현대 미국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가 마크 트웨인. 그는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미시시피강의 추억》 등 ‘미시시피 3부작’으로 19세기 최고 작가에 뽑혔다.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신랄한 비판과 해학을 담아 낸 풍자문학의 대가로도 유명하다. 헤밍웨이는 “현대 미국문학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시작됐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그가 진짜 꿈꾼 것은 발명가였다. 그는 소설 속에서처럼 호기심과 모험심이 강했고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12세 때 아버지를 여읜 뒤 인쇄소 수습공과 미시시피강의 증기선 키잡이로 일하며 현장 경험도 많이 쌓았다. 필명인 마크 트웨인은 배가 지나가기에 안전한 수심인 ‘두 길 물속’을 뜻한다. 그는 본명인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보다 필명을 좋아했다.

아내 위해 브래지어 후크 특허

한때 신문기자와 광산 개발자, 출판업자로도 활약했다. 이런 체험은 작품과 발명의 밑거름이 됐다. 기자 생활에서 얻은 경험 덕분에 신문기사 등 자료를 모으는 스크랩북을 발명했다. 뱃일에서 터득한 기술로 새로운 방식의 증기 엔진도 개발했다. 딸들을 위한 유아용 침대 부속, 편리성을 높인 개량 허리띠까지 만들었다.

가장 흥미로운 발명품은 브래지어 후크다. 인기 작가가 된 그가 출판 기념 파티를 준비했을 때였다. 함께하기로 한 아내가 한참이나 오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러 간 그는 브래지어를 착용하느라 낑낑거리는 아내를 발견했다. 당시에는 끈을 뒤로 묶게 돼 있어 혼자 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를 본 그는 끈 대신 금속 핀으로 간단하게 연결하는 브래지어 후크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그러나 상업화에는 실패했다. 그때만 해도 코르셋이 대세였고, 브래지어는 나중에야 대중화됐다. 그 무렵 발명한 보드 게임 장비도 실패하고 말았다.

아내는 “발명 같은 거 하지 말고 글이나 쓰세요”라고 조언했다. 이 말을 듣고 쓴 작품이 《톰 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였다. 인세가 많이 들어와 살림이 나아지는 듯했지만 그는 또 발명에 나섰다. 이번에는 제임스 페이지라는 사람이 개발 중인 ‘페이지 식자기’(자동으로 식자를 교환하며 인쇄할 수 있는 기계)에 동참했다. 하지만 비슷한 기계가 먼저 나오는 바람에 쫄딱 망했다. 빈털터리가 된 그는 다시 소설에 몰두했다. 다행히 화제작이 잇따라 터지면서 빚을 갚을 수 있었다.

자동식자기까지… 상상력 원천

그는 잇단 발명 실패 때문에 “난 작가로 20년 살고, 바보로 55년을 살았다”고 말했다. 스스로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었다. 그러면서 “실패할까봐 늘 두려웠지만 포기하지 않고 용기 있게 덤볐다”며 “용기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라 두려움에 맞서 극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미국은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변모하는 중이었다. 서부 금광 발견과 남북전쟁 등 격변의 시기였다. 상공업이 발달한 북부의 승리 이후 산업화가 급속하게 이뤄지던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문학과 발명의 힘으로 새 시대를 열고자 했다. 그의 뛰어난 상상력과 유머 감각, 품격 높은 해학도 여기에서 나왔다.

1910년 그가 세상을 떠나자 미국 대통령 윌리엄 태프트는 “그의 작품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수많은 이들에게도 기쁨을 줄 것”이라고 했다. 내일 그의 108주기를 앞두고 생전에 그가 남긴 명언을 다시 새겨 본다. “20년 뒤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 때문에 더 실망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떠나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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