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보장 안 되면 자율주행차 도입은 먼 미래”

입력 2018-04-19 17:42   수정 2018-04-19 22:16


교통사고 발생률을 얼마나 줄여야 인공지능(AI)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가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을까.

지난달 18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보행자가 우버 자율주행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닷새 후인 지난달 23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난 테슬라 운전자 사망사고 때도 자율주행 모드가 작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은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성욱 모빌아이 한국지사장(사진)은 19일 서울 역삼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인텔 테크 토크: 자율주행의 미래’ 세미나에서 “제조사와 규제당국, 소비자가 안전성을 보장하는 제도 마련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생각보다 먼 미래에나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가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도로에서 운행되기 위해선 기술 발전 뿐 아니라 제도적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박 지사장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선 △위험 요소 △사고 원인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빌아이는 지난해 인텔에 153억달러(약 17조원)에 인수되면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자율주행 센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인텔은 모빌아이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사업을 재편했다.

박 지사장은 “자율주행차를 도입하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3분의 1로 줄어 1년에 1만여명만 죽는다고 한다면 사회가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며 “로봇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반감을 고려하면 사고 발생율을 1000분의 1 이상 획기적으로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매년 3만5000명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한다. 세계적으론 연간 125만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통계적으로 밝히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 지사장은 “통계적으로 자율주행차가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300억㎞ 거리의 시험 주행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둘레 약 4만㎞)를 75만번 돌아야 하는 거리다. 박 지사장은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증명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을 시작한 구글의 자율주행부문 자회사 웨이모가 지금까지 800만㎞의 시험 주행을 거쳤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자율주행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누토노미의 칼 이아그네마 최고경영장(CEO)도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자율주행차가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론적으로 자율주행차가 사고 원인을 제공할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해 사고 발생 시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모빌아이는 책임민감성안전(RSS) 모형을 개발해 자율주행차가 신호를 어기거나 돌출행동을 해 사고가 발생하는 일을 막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RSS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600만건의 사고를 분석해서 도출한 37가지 유형을 모두 피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자율주행차에 탑재하고,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겠단 구상이다. 이아그네마 누토노미 CEO는 “(모빌아이가 제시한 RSS 모형이 산업 표준을 만드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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