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쟁으로 요금·서비스 개선하는 게 철도 공공성 높이는 길

입력 2018-04-19 17:43  

정부가 그제 코레일과 수서발 고속철(SRT) 운영회사인 SR 통합 여부를 검토하는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겉으로는 ‘검토’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 1년4개월 만에 이를 다시 뒤집기 위한 요식 행위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용역 명칭이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인 것만 봐도 그렇다. ‘철도 공공성’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내세운 것이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취임식에서 “SR과의 통합은 공공성 강화와 국민편익 증진이라는 관점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통합을 공식화했을 정도다. 코레일 측은 그동안 “SRT 운행으로 KTX 승객이 감소해 코레일의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며 “그 결과 새마을·무궁화 호 등 일반 열차 운행이 어렵게 되는 등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코레일의 주장을 정부가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하지만 무엇이 철도의 공공성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2016년 말 출범한 SRT는 국내에 처음으로 철도 경쟁시대를 열었다. KTX보다 평균 10% 싼 요금 덕분에 그간 이용객이 아낀 요금만도 700억원이 넘는다. SR은 앱으로 승무원을 호출하는 등 앞선 서비스를 선보이며 KTX를 긴장시켰다. KTX가 마일리지를 부활하고 셔틀버스 운행 등 서비스 개선에 나선 것은 모두 SRT가 가져온 이른바 ‘메기 효과’였다. SRT 영업수익의 50%를 선로 사용료로 받는 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국가 철도 부채의 이자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경쟁을 통해 요금은 내려가고 서비스가 향상됐다면 그것이야말로 공공성이 개선된 것이다. 철도공단의 영업 개선 역시 공공성 강화로 평가할 수 있다. 철도의 공공성은 국민의 편익이 얼마나 증대됐느냐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코레일의 단기적 경영 악화 여부가 공공성의 잣대가 될 수 없음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랜 논의와 진통 끝에 도입한 경쟁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다시 독점 ‘철밥통’ 시절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도대체 누굴 위한 공공성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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