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처별로 거침없는 ‘적폐청산’이 진행되고 있지만, 투자개방형 병원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갈 게 있다. 당초 ‘영리병원’이라는 명칭을 두고 본질에서 벗어난 논쟁도 수없이 반복됐던 투자개방형 병원이 정책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5년이다. 그해 1월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교육과 의료 등 고도소비 사회가 요구하는 서비스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역설했다. 두 달 뒤 ‘서비스산업 관계 장관회의’에서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안이 구체화됐고, 10월에는 당시 이해찬 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도 발족해 영리 의료법인 허용과 의료자본의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2006년에는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설립허용안까지 발표됐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2월 이런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도 입법예고됐지만, 의사들과 보건의료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비슷한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공공의료’라는 정치적 반대를 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온 것은 우리가 잘 아는 그대로다.
복지부 적폐청산위원회가 이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서울시 청년수당 및 성남시 청년배당에 대한 반대 정책과 묶어 마치 과거 정부의 정책적 대참사인 양 몰아세우는 것은 온당치 않다.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됐던 사업까지 ‘적폐’로 몰린 것은 우리 사회의 좌(左)편향이 그만큼 더 심해졌다는 사실의 방증일 것이다. ‘공공의료’ 구호 아래 팽창해온 국가개입주의가 병원·의료정책에도 만연해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번에 적폐라고 명시된 보건복지 행정의 세 가지는 ‘오류나 틀림’의 문제라기보다 ‘선택이나 서로 다름’의 문제다. ‘지금은 다 옳고 그때 것은 잘못됐다’는 식이면 지금 결정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겠는가. 복지부만이 아니다. 기관별 적폐청산 활동이 계속될수록 미래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투자개방형 병원의 필요성 지적은 그 다음 문제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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