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는 경찰이 한다"
사건 재점화 후에도 뒷짐
경찰, 느릅나무 압수수색 때
CCTV조차 확보 안해
[ 이수빈/고윤상 기자 ] 지난해 대선 당시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이 고발했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검찰이 피고발인 14명 가운데 하나인 김모씨(48·필명 드루킹)를 단 한 차례 소환 조사도 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 김씨가 긴급체포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루된 사실이 확인되자 검찰과 경찰은 책임을 떠넘기며 ‘눈치 수사’를 벌인 정황도 포착됐다.
19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4월 인터넷상에서 문재인 대선 후보의 사전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고발된 김씨에 대해 압수수색은 물론이고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당시 고발의 핵심 내용이었던 ‘문재인 공식 팬카페(문팬)’의 불법 행위에 집중하다 보니 김씨에 대해 끝까지 파지 못한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고발 당사자였던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나란히 후보 팬카페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던 점도 무혐의 종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검찰, 지난해 드루킹 소환도 안해
검찰이 김씨를 제대로 조사했다면 당시 대선 국면이 요동쳤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평가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37%로 급등하며 문 후보를 위협하던 시기 김씨가 활발하게 댓글공작을 펼쳤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검찰이 적극 수사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대혼란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접수한 남부지검은 김씨 등에 대해 선거법상 사조직 또는 유사 선거조직이 아니라 단순 팬클럽으로 보고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씨는 대선 전부터 파주 출판단지에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을 차려놓고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조직적인 댓글조작 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드루킹 일당을 체포하면서 이뤄진 느릅나무 압수수색에서 폐쇄회로TV(CCTV)조차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고발건을 수사한 당시 검찰은 “단순 팬클럽이라도 당에서 돈을 대주면 기부행위가 되고,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활동 반경이나 자금 출처 등에 대해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사건을 종결했다고 했다.
검찰은 “모든 수사를 완벽하게 해내기는 힘들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긴급체포된 김씨는 범죄적 행위가 속속 드러나는 점에서 부실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당의 고발 취하도 부실 수사의 알리바이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선거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다. 실제로 검찰은 2016년 4월 총선 유세 중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고발된 서영교 민주당 의원에 대해 상대 후보 측이 고발을 취하했지만 서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 의원은 1~3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런 사건조차 기소를 강행한 검찰이 고발 취하를 근거로 부실수사를 합리화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뒷짐지는 검찰, 눈치보는 경찰
올 들어 사건이 재점화됐지만 검찰 역시 뒤로 물러나며 몸을 사리는 모습이 뚜렷하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바른미래당이 17일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댓글조작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현재 드루킹 사건을 지휘 중인 3부에 배당된 것”이라며 “수사는 기본적으로 경찰에서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지방청 소속 검사는 “특검을 해도 모자랄 사건을 형사1부도 아니고 3부에 배당했다는 건 결국 수뇌부의 수사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검찰은 이미 이달 9일 경찰로부터 김경수 의원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전달받아 혐의에 대한 법률 검토까지 마쳤으나 수사팀 보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 13일 언론에 관련 내용이 처음 보도되고 축소 수사 비판이 달아오르고 나서야 17일 수사 인력을 기존 2개 팀, 13명에서 5개 팀 30명으로 늘렸다.
김씨의 첫 재판은 5월2일 열리며 기존 변호를 맡았던 윤평 변호사는 19일 사임서를 제출했다. 새 변호인은 민주당원인 장심건 변호사다.
이수빈/고윤상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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