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미술품 딜러 글라피아 로살레스는 1990년대 초 뉴욕에서 명망있던 뇌들러갤러리의 앤 프리드먼 대표를 만나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분홍빛 그림을 보여줬다. 로살레스는 그림이 익명을 원하는 가문의 소유물이라고 전했다. 프리드먼 대표는 그림의 아름다움에 탄복했고 전문가들도 진품이라고 진단했다. 이후 로살레스는 약 20년간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 수백 점을 뇌들러갤러리를 통해 팔았다. 그러나 그림 대부분이 위작으로 판명났다. 로살레스는 경찰에서 대부분 그림은 중국인 이민자 화가가 그렸다고 자백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프리드먼 대표는 로살레스가 공정한 가격에 팔리기만 바랄 뿐 작품 가격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신뢰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뒤통수의 심리학》은 사기꾼의 심리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사기란 일반인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걸려들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사기꾼을 믿게 되는 과정의 심리를 예리하게 고찰하고 진실을 보는 우리 시각이 어떤 식으로 조종당해서 사기극에 넘어가는지를 설명한다. 사기꾼은 목표물의 욕망을 짚어낸 뒤 공감과 신뢰를 토대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논리와 설득의 단계로 진입해서는 사기꾼이 특별한 존재임을 믿게 하고 목표물에 이익을 만들어준다.
사기꾼이 파는 것은 희망이다.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란 믿음 말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려면 어떤 형태의 믿음이든 가져야만 한다. 누구나 사기를 당할 수 있는 이유다. (마리아 코니코바 지음, 이수경 옮김, 한국경제신문 한경BP, 420쪽, 1만8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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