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걸린 삼성전자 '아웃소싱'으로 위기 넘는다

입력 2018-04-19 23:59   수정 2018-04-20 17:02

스마트폰 中에 밀리고, 혁신 가전도 LG에 뒤처져
SDS와 주요 업무 협력 강화

삼성전자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
공정혁신·매장관리 SDS가 맡아
관련 계열사가 주전으로 나서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이식



[ 노경목 기자 ] 삼성전자가 공정 혁신과 해외 매장 관리 등 주요 업무를 외부에 과감히 넘기기로 했다. 핵심 부품의 외부 조달 비중도 높일 계획이다. 연구개발(R&D) 등 핵심 활동에 집중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경영진은 최근 삼성SDS 측과 만나 사업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사장)와 홍원표 삼성SDS 대표(사장) 등 양사 고위 임원 20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의 TV 및 가전사업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김 사장은 “삼성 SDS가 다양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니 오래된 시스템을 개선해 사업 경쟁력을 높여달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은 스마트폰 렌즈와 지문인식 모듈 등 핵심 부품의 외주 생산을 추진한다. 자체 부품 생산 비중을 낮추고, 여기에 투입되는 자원을 스마트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혁신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CE 부문과 마찬가지로 핵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호황을 타고 삼성전자는 분기마다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제품을 제조하는 세트 부문의 경쟁력은 예전만 못하다. 2006년 이후 12년간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TV사업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앞세운 LG전자, 소니와 프리미엄 시장을 두고 힘든 경쟁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사업도 마찬가지다. 작년 4분기 중국 시장 점유율은 1%대로 떨어졌고, 인도에서는 샤오미에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가전부문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세탁기 2개가 붙어 있는 듀얼세탁기와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신개념 제품 개발 및 출시가 경쟁회사에 매번 뒤지고 있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이 나온 이유다.

삼성SDS로 넘기는 주요 업무는 △공급망관리(SCM) △공장 지능화 등 공정 혁신 △영업점 및 판매망 관리 △마케팅 효과 분석 등이다. 삼성전자 영업팀에서 고객에게 납품 주문을 받으면 생산에 필요한 부품의 양과 납품 시기를 SDS가 개발한 SCM 시스템으로 결정하는 구조다. 생산 현장에도 삼성SDS가 깊이 간여한다. 삼성전자 공장 내부를 분석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솔루션을 개발해 적용한다. 영업점에서는 소비자의 동선 분석과 제품 전시 등 전반적 내용을 총괄한다.

SCM 등에서 삼성SDS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관련 조직은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제품 개발 등에 투자할 여력은 늘어난다.

소프트웨어(SW) 개발 및 데이터 분석을 하는 삼성SDS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은 사업현장에서 SW 및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SDS는 블록체인 기술을 SCM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및 거래업체와 물류 블록체인을 공유하면 운송장 등을 따로 작성할 필요가 없어 물류 비용이 20%가량 절약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 등을 통해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솔루션도 해외 일부 공장을 대상으로 이미 개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점에서는 구역별 소비자 수와 움직임, 체류 시간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소비자가 가장 편리한 쇼핑을 하도록 매장을 구성할 수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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