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김정은, 내주 첫 통화
필요땐 언제든 남북 정상 연결
[ 조미현 기자 ]
“평양입니다.”(북한 국무위원회 담당자)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청와대입니다. 잘 들리십니까.”(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20일 청와대 여민관 3층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 문 대통령이 평소 집무를 볼 때 쓰는 책상 위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바로 통화가 가능한 ‘핫라인(직통전화)’이 설치됐다. 정상 집무실에 핫라인이 설치된 것은 남북한 분단 7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과 김정은 간 통화를 앞두고 핫라인 시험통화를 했다고 발표했다. 윤건영 청와대 남북 정상회담준비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이 먼저 평양으로 전화를 걸었고 국무위원회 담당자가 받았다”며 “전화 연결은 매끄럽게 진행됐고, 전화 상태는 매우 좋았다. 마치 옆집에서 전화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시험통화는 오후 3시41분부터 총 4분19초간 이뤄졌다. 우리 측에서 먼저 전화를 걸어 3분2초간 통화했다. 이후 전화를 끊고 북측에서 전화를 걸어 1분17초 동안 대화를 나눴다. 북한도 김정은 집무실에 핫라인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핫라인에는 문 대통령이 해외 정상과 통화할 때와 마찬가지로 비화 장치를 설치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내 어디에 있든 김정은과 통화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해 놨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1945년 남북이 분단된 후 정상 간 집무실에 직통전화가 개통된 것은 처음이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뒤 처음으로 개설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에 설치됐다. 이 핫라인은 노무현 정부 때까지 가동되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정상이 언제든 전화를 하면 연결이 되는 상황은 분단 70여 년 역사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이르면 다음주 초 핫라인을 통해 첫 통화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은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장소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통신시설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북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회담 현장에 있는 관계자들은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북한 측도 통신차를 가져올 계획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일 평양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때도 북측에서 휴대전화 10대를 제공했다”며 “북한이 과거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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