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토지와 건물 소유자 달라졌다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성립 '유의'

입력 2018-04-22 15:17  

경매스쿨 (13) 경매붙은 토지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A씨(53)는 전원주택을 장만하기 위해 경매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던 중 3차까지 유찰된 전원주택을 발견했다. 마음에 쏙 들었다. 등기부를 확인해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가압류, 3순위 근저당권, 4순위 경매개시결정 순이었다. 등기부에 공시되는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토지만 경매에 부쳐져 있었다. 매각물건명세서에는 법정지상권을 성립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봤더니 근저당권이 설정될 당시에는 분명 토지 위에 주택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전원주택이 존재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토지 위에 건물이 존재하고 있지만 토지만 경매가 이뤄지는 사례가 있다. 이런 경우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법정지상권은 건물 소유자가 법에서 규정한 요건을 갖추면 인정받게 되는 권리다.

즉 토지에 건물 및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해 그 토지를 사용하는 지상권을 말한다(민법 제279조 참조). 법정지상권이 성립되면 매수자는 일정 기간 지료만 받을 수 있을 뿐 토지를 사용할 수는 없다. 반면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으면 건물철거 소송을 통해 토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법정지상권은 근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같아야 성립된다. 또한 소유자가 동일한 토지와 지상 건물 중 어느 한쪽이 매매, 증여, 강제경매, 공매 등으로 처분할 때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각각 달라지는 때(당사자 간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어야 함)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된다.

특히 근저당권 설정에 앞서 이미 매매로 토지와 건물 중 어느 한쪽이 처분돼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도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된다. 소유권이 이전된 건물도 역시 법정지상권이 성립된다(대법원 2010다52140 참조)는 얘기다.

따라서 근저당권자가 경매를 넣은 경우 법정지상권을 판단할 때 조심해야 한다. 근저당권을 설정할 당시뿐만 아니라 과거 매매 등의 원인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다면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는 주택이 없었고 근저당권 설정 이후 주택이 생겼다면 법정지상권은 성립되지 않는다.

참고로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으면 토지를 낙찰받은 매수인은 건물을 철거할 때까지 지료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건물을 싸게 매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정지상권이 성립되면 건물 소유자는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지상권등기청구권을 갖는다(대법원 80다2873, 87다카279 참조).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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