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휴식'은 뇌가 일하지 않는 상태
잠들고 첫 90분 잘 자는 게 중요
아침 햇볕 산책·20분 낮잠 등 추천
[ 홍윤정 기자 ] “잠을 많이 자고 푹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고요? 몸은 쉬더라도 뇌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시형 세로토닌문화원장(84·사진)은 “우리 뇌는 쉬고 있다고 느낄 때도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며 “뇌에 진정한 휴식을 줘야 피로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국내 정신의학계 권위자이자 뇌과학 선구자인 이 원장은 최근 현대인의 뇌 피로와 제대로 된 휴식법을 다룬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을 펴냈다. 그가 11년째 운영 중인 웰니스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며 깨달은 피로의 정체와 해소법, 뇌 피로 증상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피로 탈출법 등을 자세하게 담았다.
“멍하게 있을 때도 우리 뇌는 여전히 활동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상태에 있게 됩니다. DMN 상태에서 뇌의 에너지 소비량은 전체의 60~80%에 달합니다. DMN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않는다면 피로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거죠.”
쉴 여유조차 없는 현대인들에게 ‘충분한 뇌휴식’을 위한 처방은 무엇일까. 이 원장은 “진짜 휴식은 DMN까지도 활동을 멈춘 상태”라며 “밤에 처음 잠들고 90분 정도가 그때”라고 말했다. 그는 “첫잠 90분만 잘 자도 피로가 크게 줄어든다”며 “특히 성장호르몬이 나오는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잠드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 시간대에 잘 자기 위한 방법으로 △잠들기 90분 전 41도의 뜨거운 물로 10분간 목욕하기 △기상 시간 일정하게 유지하기 △아침에 햇볕 쬐며 가볍게 산책하기 △생체리듬을 고려해 20분 낮잠 자기 등을 추천했다.
이 원장은 보통 오후 10시30분에 잠이 들어 새벽 5시가 되기 전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잠깐의 낮잠을 자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서울과 홍천 등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낮잠을 위한 작은 간이침대가 놓여 있다. 충분한 뇌휴식이 80대인 그가 활발한 저작 및 사회 활동을 하는 건강 비결인 셈이다.
《쉬어도…》는 그의 89번째 저서다. 첫 책을 낸 게 1982년이니 연평균 2.5권의 책을 냈다. 주제는 건강관리, 자기계발, 자녀교육 등 다양하다. “정확히 말하면 제 전공은 ‘사회정신의학’입니다. 의학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한 결과물이 책으로 나오게 된 게 아닐까요.”
그는 지금도 세 권의 책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이번 책에 간단하게 언급한 규소와 감사·감동 등에 대한 책을 써내려 가고 있다. 어린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동화책도 낼 예정이다.
이 원장은 힐리언스 선마을에 이어 ‘쉬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새로운 마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경남 함양에 사람들이 자연에서 휴식하면서 자급할 수 있는 마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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