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세탁기 對美 수출액 반토막 진짜 이유

입력 2018-04-22 17:29   수정 2018-04-23 05:13

1분기 세이프가드 발효 대비해
작년에 앞당겨 물량공세 펼친 탓



[ 고재연 기자 ]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세탁기 수출액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2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대미 세탁기 수출액은 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500만달러)보다 45.4% 감소했다.

지난 2월7일 발동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전업계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줄이고 미국 현지 생산량을 늘리면서 대미 수출액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이프가드 발동은 대미 수출액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중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은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전량을 국내가 아니라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 생산한다. 올해 초부터 미국 뉴베리 가전공장 가동을 시작했지만 이는 국내 생산 물량을 이전한 게 아니라 이미 해외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미국 생산으로 재조정한 것이다.

LG전자가 미국에 판매하는 세탁기 중 한국에서 생산하는 물량도 20%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지난 1분기 대미 세탁기 수출액이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 등이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비해 올해 필요한 물량까지 지난 연말에 당겨서 수출하는 등 지난해 선제적으로 물량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미 세탁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7.5% 늘어났다.

지난 1분기 국내산 세탁기의 세계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1% 줄었다.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각종 무역 규제를 피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해외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추세여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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