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훈 기자 ] 국토교통부가 절차를 무시한 채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의 요금 인하를 서둘러 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2일 이 도로의 강일IC~춘천JCT 구간 통행 요금을 16일부터 기존 6800원에서 5700원(소형차 기준)으로 14.5% 내린다고 발표했다. 민자도로 통행료를 정부가 건설한 재정고속도로 수준으로 낮춘 조치다.
하지만 요금 인하의 전제 조건인 주주사 간 자금 재조달에 대한 합의는 오는 6월30일까지로 미뤘다. 업계에선 “뜸도 들이지 않은 밥을 내놨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통상 민자도로 요금 인하는 주주 간 자금 재조달안 합의, 민자투자심의위원회 의결, 국토부와의 양해각서 체결 과정을 거쳐 자금 재조달이 이뤄진 뒤 시행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순서가 바뀌었다. 요금을 먼저 내리고 재원 대책은 뒤로 미뤘다.
인프라금융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요금 인하 가이드라인을 정한 뒤 정작 중요한 ‘돈 문제’는 나중으로 넘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토부가 요금 인하라는 ‘실적’을 내는 데만 급급해 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서울과 강원도를 잇는 연장 61.4㎞의 유료 도로로 2009년 개통됐다. 현대산업개발(지분율 25%) 한국교직원공제회(15%)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15%) 현대건설(10%) 등이 투자했다.
금리가 높은 시기에 추진된 사업의 금융구조를 바꿔 요금을 낮추자는 취지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국토부의 일방통행적 행정은 민간자본이 국내 인프라 투자를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몇몇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대신 계약 이행을 중시하는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에 신규 투자를 집중하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예산을 줄이는 상황에서 도로 등 모든 인프라를 국가 재정이 담당할 순 없다. 민간자본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신뢰를 잃은 행정이 향후 민자사업에 부메랑이 돼 날아올 수 있다”는 투자업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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