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태 최악 벗어나고 신규 IPO 통해 재건 추진
최태원 SK그룹 회장
"中 심사결과 예의주시…매각 재협상 가능성 없다"
[ 도쿄=김동욱 특파원/고재연 기자 ]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 절차가 5월 말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 계획을 전면 중단키로 방침을 정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를 미국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컨소시엄에 팔기로 했으나 중국 정부의 반독점 심사 승인을 얻지 못해 매각 절차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다음달까지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전면 중단키로 방침을 굳혔다. 매각을 철회할 경우 사업에 필요한 설비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도시바메모리 기업공개(IPO)도 검토하기로 했다. 구루마타니 노부아키 도시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이 같은 대응책을 준비토록 지시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도시바메모리는 자본잠식에 빠진 도시바가 회생을 위해 알짜 사업인 반도체 부문을 따로 떼내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9월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등 한·미·일 연합 인수단에 2조엔(약 19조8800억원)에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올해 3월까지 매각을 마무리지으려 했으나 중국이 제동을 걸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최근 도시바의 재무 상태가 최악을 벗어난 점도 도시바메모리 매각 보류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요인이다. 도시바는 지난해 12월 이뤄진 6000억엔(약 5조9640억원) 증자에 힘입어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여기에 매각 대신 도시바메모리를 IPO하는 방식으로 도시바의 경영 재건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도시바메모리는 도시바 전체 영업이익의 90% 가까이를 차지한다. 채권단 사이에서도 매각 중단을 용인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정부의 심사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메모리 인수 지연과 관련해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이 있지만 (이는 도시바메모리 인수 건과는) 솔직히 상관이 없다”며 “곧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SK하이닉스가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약점으로 꼽혀온 낸드플래시 기술력과 생산 규모 등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고재연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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