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출신의 1호 시각장애인 김재왕 변호사..."장애에 대한 편견,선입견이 장애인 취업 장애"

입력 2018-04-24 17:55  



(공태윤 산업부 기자) “오후 4시경 서울 혜화역 인근 카페에서 뵙겠습니다.”

로스쿨 출신의 1호 시각장애인 변호사 김재왕씨에게서 받은 문자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문자를 보낼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아이폰을 사용중인 김 변호사는 “아이폰에는 시각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도록 ‘보이스 오버’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며 “미국에선 이 기능이 없으면 시판이 안되도록 법제화해 놓았기에 많은 장애인들이 아이폰을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헌법개정 논의와 관련해서 “각종 정책이나 제도를 계획하는 단계부터 장애인을 고려하는 기준이 헌법에 담겼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똑같이 활동할수 있는 환경을 법제화했으면 한다는 것이죠.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혜화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장애인 차별 철폐 결의대회’에 참석한 김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그에게 “장애가 없는 일반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냐”고 묻자 “장애인들은 일반인을 비장애인으로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비장애인을 정상인이라고 표현하면 장애인이 비정상인이 되는 것이고, 일반인이라고 부르면 장애인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닌 것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비장애인도 취업이 어려운 요즘, 장애인들의 취업은 더욱 어렵겠다고 하자 김 변호사는 “기업에서 장애인 채용을 꺼리는 이유는 ‘편견’과 ‘선입견’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지속적인 인식개선을 통해 깰수 있지만,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로스쿨 입학과 변호사시험 합격 과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 생물학과시절 생물학자가 되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시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그의 인생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병원의 진단후 6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시야가 좁아지면서 완전히 시력을 잃게 됐습니다. 김 변호사는 “갑작스레 다가온 변화가 아니어서 로스쿨 입학을 준비할 수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는 병원의 진단을 받고는 시각장애인 복지관을 가장 먼저 찾았다고 했습니다. “복지관에서는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프로그램, 점자 읽는법, 장애인 지팡이 사용법 등 시력을 잃어도 일상생활을 할수 있는 훈련과 교육을 시켜주셨어요.”

로스쿨 1기생인 김 변호사는 운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경쟁이 지금처럼 치열했다면 아마 이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거라고 겸손해 했습니다. 로스쿨 입학후에는 운영초기여서 매학기마다 교수에게 수업교재 파일, 시험시간 연장 등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고 했습니다. 김 변호사의 노력 덕분에 지금은 로스쿨도 장애인을 위한 수업정책이 매뉴얼로 되어 있습니다.

변호사시험을 앞두고는 법무부에서 주관하는 모의고사를 보면서 시각장애인으로서 불편했던 사항을 조목조목 제시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에서 시험시간, 컴퓨터 환경 등에 대한 조정을 해 주셨어요. 심지어 객관식 문제도 시각장애인에 맞게 약간의 변형된 문제를 출제하는 배려를 해 주셨습니다.”

현재 그는 공익인권변호사 9명의 모임인 ’희망을 만드는 법‘에서 활동중입니다. 주로 장애인, 성소수자, 인권침해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수임료는 거의 없이 매달 정기후원자들의 후원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변호사로서 8년째 활동을 하는 그에게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를 물었습니다. 그는 “그러게요...음...” 약간의 뜸을 들이더니 “장애인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변호사였으면 좋겠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너무 좋은데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때마침 20일은 7회 젼호사시험 합격자를 발표하는 날이었습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 일을 해보니 공부만 잘한다고 좋은 변호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다른 사람의 처지를 공감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좋은 변호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려 하자, 김 변호사는 두가지를 당부했습니다. “장애를 극복했다는 말은 기사에 안 넣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희망법이 올해 7년째인데 후원자가 1000명밖에 안돼요. 기사 끝에 홈페이지와 전화번호도 같이 넣어주실수 있을까요?”

희망법 홈페이지( www.hopeandlaw.org)와 후원 연락처 02)364-1210입니다. 그의 당부를 외면할 수 없어서 이렇게 기사 끝에 넣었습니다. (끝) /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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