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 시발점 된 '문단 내 성폭행' 배용제 시인… 법원 "피해 제자들에 1억여원 배상하라"

입력 2018-04-24 18:26   수정 2018-04-25 07:01

[ 신연수 기자 ] 미성년 제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형사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배용제 시인(55)에 대해 법원이 피해자들에게 1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09단독 조정현 부장판사는 24일 피해자 다섯 명이 배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배씨는 원고들에게 700만~5000만원씩 총 1억6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배씨는 2011년 7월부터 3년간 자신이 실기교사로 근무하던 경기도 모 예고의 여학생 및 미성년 문하생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시 세계를 넓히려면 성적인 경험이 있어야 한다” “너의 가장 예쁜 시절을 갖고 싶다”는 발언을 일삼으며 피해자들의 몸을 만지거나 입을 맞추는 등 강제로 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두 명에게는 성폭행까지 저질렀다.

조 부장판사는 피고가 등단이나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에 대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고 보호 의무를 저버린 점, 원고와 그 가족들이 받았을 정신적·육체적 고통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배씨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는 1심과 2심 모두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2016년 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진행된 ‘#문단_내_성폭력’ 고발 운동을 통해 밝혀졌다. 당시 피해자들은 트위터에 ‘습작생 1~5’라는 아이디로 본인들의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이 운동은 올해 초 문화·정치·교육계 등으로 확산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원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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